[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上> 한국관광 패러다임 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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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쇼핑 식도락… 관광 한류, 테마를 입다

최근 케이팝 등 한류 열풍을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외국인 케이팝 팬들이 2∼4일 강원 평창군 용평돔에서 열린 ‘한류위크 콘서트’에서 환호하고 있다. 평창=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 케이팝 등 한류 열풍을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많다. 외국인 케이팝 팬들이 2∼4일 강원 평창군 용평돔에서 열린 ‘한류위크 콘서트’에서 환호하고 있다. 평창=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의 도래는 1978년 ‘방한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연 지 33년 만이다. 또 2000년 500만 명을 넘어선 지 11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우선 한국은 섬나라나 마찬가지로 관광지로서는 매우 불리하다는 점이다. 또 관광대국이 많은 유럽과 달리 ‘경유 여행지’가 되는 경우도 드물다. 이런 난점을 모두 극복하고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열었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케이스라는 것.

가장 큰 원동력은 이미지 개선이 꼽히고 있다. 최근 10년간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선박과 반도체를 만드는 ‘산업 국가’에서 K팝과 한식으로 대표되는 ‘문화 국가’로 바뀌었다고 업계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 1000만 명 원동력은 ‘한국 마니아’

폭설이 쏟아진 2일 오후 7시. 강원 평창군의 ‘2011 한류위크 콘서트’ 공연장 맨 앞에는 싱가포르에서 온 제이슨 통 씨(42) 가족 7명이 아이돌그룹 애프터스쿨의 노래를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고 있었다. 통 씨는 “올해만 두 번째 방문으로 총 네 번 가족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며 “딸들로부터 시작된 ‘한류’ 덕분에 온 가족이 한국 마니아가 됐다”며 웃었다. 국내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 돌파를 앞둔 것은 통 씨와 같이 몇 번이고 한국을 찾는 ‘한국 마니아’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마니아가 는 것은 한류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외국인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을 찾은 관광객 1만20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네 차례 이상 찾은 관광객이 전체의 18.6%였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2000년대 이후 향상된 국가 이미지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연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 쇼핑과 관광이 ‘1000만 명 쌍끌이’

한국의 편리한 쇼핑환경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일등공신이다. 한 백화점 명품매장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동아일보DB
한국의 편리한 쇼핑환경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일등공신이다. 한 백화점 명품매장 앞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동아일보DB
10년 만에 관광객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쇼핑과 관광이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찾은 방문지 1∼3위는 서울 명동,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순이다. 관광객의 쇼핑 욕구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세부 품목은 10년 동안 바뀌었다.

16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기타가와 히토미(北川仁美·26·여) 씨는 “오직 화장품을 사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밝혔다. 그가 들고 다닌 화장품 쇼핑 가방만 5개. 실제 2006년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사는 물품 2위는 김치(24.7%)였지만 지금은 의류(37.2%) 다음으로 화장품(36.9%)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또 세계문화유산에 한국의 사적지가 10개나 등재되는 등 세계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지난해 관광지 방문을 위한 내한은 52.9%로 쇼핑의 60.9%에 약간 못 미쳤다.

또 하나의 새로운 현상은 ‘놀거리’를 찾아 한국에 오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까지 실태조사에서 따로 집계하지 않던 휴양, 유흥 및 오락, 카지노 등의 ‘놀거리’ 항목이 2010년에만 총 27.7%(중복 응답)로 집계됐다.

○ 양에서 질로 관광 패러다임 바꿀 때

전문가들은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정책의 목표를 양에서 질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관광산업의 ‘핵심’인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1106달러로 9년 전인 2001년 1241달러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외국인 관광객의 지갑을 어떻게 열 것인지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가장 큰 당면과제로 꼽히는 것이 지방관광 활성화다.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해외관광과장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인상을 각인시키고 관광 수입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지방 관광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 10대 관광코스를 만드는 것도 그 이유”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평창=고현국 기자 m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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