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지식 맛보세요” 유료서평 뜨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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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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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책 한 권, 연회비는 100만 원. 유명 잡지나 고급 저널이 아니다. 개인이 서평(書評)을 담아 발행하는 월간지다.

‘ㅱ의누리 경영연구원’을 운영하는 서진영 원장은 매달 책 네 권의 서평을 모은 책 ‘서평(徐評)’을 발간한다. ‘서(徐)진영 원장의 서평’이라는 뜻으로, 2006년부터 발행해 2011년 3월까지 56호가 나왔다. 이 책을 받아 보는 사람들은 서 원장이 운영하는 유료 서평서비스에 가입한 수백 명의 회원이다.

○ 유료회원 대상으로 10년 넘게 서평 제공


서 원장이 이런 서비스를 운영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부터 경영연구원 웹사이트에 서평을 게재했던 서 원장은 2000년 삼성그룹의 요청으로 이사 이상 임원 4000명과 VIP 고객에게 매주 서평을 담은 e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다른 기업도 임원들에게 매주 서평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자 서 원장은 ‘CWPC(CenterWorld Prestige Club)’라는 회원제 유료서비스를 만들어 60개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서평사업에 돌입했다. 2006년부터는 매달 네 편의 서평을 월간지 형태로 내고 있다.

CWPC의 회원은 대기업 임원급부터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지자체장에 이르기까지 사회 각계 지도층 수백 명이다. 비싼 구독료에도 불구하고 구독 신청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 원장은 “10년 넘게 쌓은 노하우로 충실한 서평을 제공하고, 매년 엄선한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통해 월별로 읽어야 할 책을 선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CWPC는 매년 인문학, 경영학, 기업실무자 5, 6명을 필독서 선정위원으로 위촉한다. 올해 선정위원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과 교수, 김상래 성도GL 대표이사 등 5명이다.

리더들을 타깃으로 책을 선정하는 만큼 회원도 심사절차를 두고 제한적으로 받는다. 구독자 중 한 명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실력 있는 독서 과외선생님을 둔 것 같다.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은데, 매달 경영·경제학뿐 아니라 인문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소개해 풍부한 마음의 양식을 키울 수 있다”고 서평서비스의 장점을 소개했다.

○ 새로운 지식 컨설팅 모델 ‘지식 내비게이팅’

서 원장처럼 개인이 자신의 서평만을 묶어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책 내용을 요약해 판매하는 ‘북코스모스’ ‘네오넷코리아’ 같은 도서요약전문업체들이나 기존 언론에 서평을 유료 기고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특정 소비자군을 타깃으로 서평만을 전문 취급·판매하는 업체를 세운 것도 그가 처음이다. 서 원장은 “우리를 본뜬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CEO’가 있지만, 여러 전문가가 돌아가며 연구소에 기고하는 형식인 데다 서평 외의 것들도 취급해 CWPC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필독서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평서비스에 대해 “일종의 ‘지식 내비게이팅(navigating)’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4일 통화에서 “지식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어떤 것이 필수적으로 습득해야 할 지식인지 선별하고 학습의 방향을 일러주는 ‘지식 컨설팅’의 필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영 및 인문과학에 대한 전문식견을 요하지만, 책을 읽을 시간이나 고를 여유가 마땅치 않은 사회 지도층에게 적합한 지식콘텐츠를 보여주고 전문 식견을 전달하는 이런 서비스는 지식사회의 앞선 사업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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