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거울에 고려인이 살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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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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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고려 동경展

씨름하는 사람들,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흥미롭게 표현한 고려시대 청동거울.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씨름하는 사람들,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흥미롭게 표현한 고려시대 청동거울.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흥겹게 씨름하는 사람, 거문고를 타는 사람, 신선세계를 떠도는 사람…. 청동거울에 나타난 고려 사람들의 일상 모습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1층 고려실에서 8월 29일까지 ‘고려 동경-거울에 담긴 고려 사람들의 삶’ 특별전을 연다. 고려시대의 다양한 청동거울 200여 점을 전시한다.

동경(銅鏡)은 유리거울이 나오기 전에 널리 사용됐던 청동제 거울이다. 동경의 뒷면에 갖가지 무늬와 글자 등으로 장식을 했다.

고려는 유독 동경을 많이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고려 사람들의 일상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거울들이다. 상감청자에 나오는 구름과 학 무늬로 장식한 거울, 거문고를 타는 사람을 표현한 거울에서는 고려 사람들의 품격 있는 풍류와 미감을 만날 수 있다. 씨름하는 사람을 표현한 거울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분위기를, 퍼덕이는 물고기를 표현한 거울은 물고기 무늬 분청사기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고려시대 중국의 명품 청동거울을 수입하고 이를 복제해 사용했던 점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 후저우(湖州) 지역에서 만든 동경을 많이 수입했다. 또 중국 한나라나 당나라 때 명품 거울을 복제해 사용하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 명품에 대한 고려 사람들의 욕망을 읽을 수 있어 흥미롭다.

전시를 통해 청동거울이 제의용 도구였다가 화장용구로 변해가는 과정을 알 수 있다. 빗 자국이 남아 있는 거울은 이것이 빗과 함께 화장용구로 사용됐음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사례다. 02-2077-9531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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