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18명의 젊은작가 그룹 ‘초아살롱’과 공동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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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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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작업 칸막이 헐자”
‘어울림’이 뿜는 더 큰 울림

재즈클럽이었던 공간에 작업실과 자체 전시장이 들어섰다. 사진 제공 금산갤러리
재즈클럽이었던 공간에 작업실과 자체 전시장이 들어섰다. 사진 제공 금산갤러리
《설마 이런 곳에 있을까 싶은데 정말로 있다. 이화여대 앞 옷가게와 노래방이 어깨를 맞댄 골목에 자리한 건물. ‘도화서’라는 간판 아래 지하로 이어지는 좁은 계단을 내려간다. 철문이 열리면 마치 첩보영화의 비밀 아지트처럼 제법 널찍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지하 1, 2층 복층형 공간을 배경으로 어지럽게 널린 캔버스. 모양이 제각각인 의자에 전기난로 등 잡다한 살림살이도 불쑥 얼굴을 내민다. 젊은 작가 18명이 공동 작업실로 사용하는 ‘초아살롱’이다.》초아살롱은 공간만이 아니라 이곳을 작업실로 쓰는 작가그룹을 가리킨다. 의류업체 초아산업의 공간 후원을 받아 2008년 4월 이용백 전준호 리경 김기라 등 기성과 신인작가 11명이 ‘도화서’란 이름으로 출발했고 1년 뒤 개명했다. 회원들은 스튜디오를 공유하며 함께 작업하고 연구한다. 내부 전시장에 릴레이 형식으로 자체 전시를 마련해 주기적으로 평론가와 큐레이터를 초청한다. 처음엔 선배의 멘터링 시스템을 중심에 뒀지만 지금은 신진작가들이 독자적으로 꾸려 나간다.

○ ‘혼자’보다 ‘더불어’가 낫다

여럿이 쓰는 공간이지만 북적이지 않는다. 각자 마음 내키는 시간에 작업하기 때문에 늘 네댓 명이 머무른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원년멤버 장우석 이시우 씨와 채지민 류성훈 이정웅 이동현 씨 등이 자리를 지켰다.

“선배가 빠져나간 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지난해 들어왔죠. 초기엔 직접 바닥도 칠하고 고생했다는데 거저먹었죠.”(이동현) “같은 작가끼리 공모하기도 그렇고. 자리가 나면 주변 동료의 작업이나 형편을 듣고 구성원 의견을 모아 멤버를 받습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공간을 준다는 인큐베이팅 개념이죠.”(채지민)

칸막이가 없는 공간이라 오며 가며 서로의 작업을 보게 된다. 불편할 법한데 이들은 장점이라 말한다. 대화가 힘이 되고 동기부여도 된다는 것. “모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라 배울 점이 많죠. 옆에서 해준 말이 작업의 결정적 단서가 되기도 하고.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성장하는 데 시너지 효과도 있습니다.”(이시우)

출신 대학도 장르도 다른 작가들이 교류하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대학 갓 나온 작가부터 개인전을 연 30대 작가까지 함께 어우러지면서 어떻게 작가로서 한 걸음 더 나가는지 현실을 배운다. 남이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모습에서 각오도 다진다.

“다들 작가잖아요. 다들 주인공이에요. 서로 작업하는 모습에서 느끼고 소통하는 게 보람이죠.”(장우석) “단순한 작업실이 아니라 작업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대화하고 만나는 곳이죠.”(이정웅)

○ ‘초아살롱’ 세상에 나오다

공통적 담론을 내세우지 않고 서로의 다양한 시각을 존중하는 신진 미술인 18명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초아살롱’은 지하의 복층형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왼쪽부터 류성훈 채지민 이동현 이정웅 장우석 이시우 씨. 고미석 기자
공통적 담론을 내세우지 않고 서로의 다양한 시각을 존중하는 신진 미술인 18명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초아살롱’은 지하의 복층형 공간에 자리 잡고 있다. 왼쪽부터 류성훈 채지민 이동현 이정웅 장우석 이시우 씨. 고미석 기자


기계로 복잡한 구성과 이미지의 조합을 드로잉하는 장우석, 일상을 정물로 그리는 차영석, 잡지에 나온 유명인사의 사진을 변형해 ‘그들은 행복한가’를 묻는 이시우, 회화의 이야기성에 주목하는 이정웅, 오래된 구조물을 그리는 채지민, 텍스트가 이미지가 되는 과정을 오브제로 다루는 이동현 등. 회화 영상 설치작가 등으로 이뤄진 작품세계는 다채롭다. 전시가 예정된 작가도 여럿이고, 국내외 미술관의 전시나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등 실력도 짱짱하다. “작가가 작가를 보는 눈이 정확한 편이죠. 누가 잘나간다고 질시하진 않아요. 덕분에 큐레이터가 오면 덩달아 우리 작품도 알리는 효과가 있죠.”(이시우)

이곳엔 대표가 없다. ‘출석’부터 청소까지 모든 게 자율적이다. 아무 규칙도 없냐는 질문에 장우석 씨가 대답한다. “눈치만 있으면 돼요.(웃음)” 알아서 제 몫을 한다는 의미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이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첫 전시가 열린다. 10일∼5월 9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의 금산과 블루메 갤러리에서 열리는 ‘초아살롱을 만나다’전(031-957-6320). 참여작가는 김희욱 류성훈 민은지 신윤&홍성재 오재우 윤나 이동현 이시우 이정웅 유재연 이준복 임선희 장우석 차영석 채지민 최인지 씨.

우정과 선의의 경쟁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작업하고 뜨겁게 소통하는 초아살롱. 창조적 예술의 현장을 일궈가는 ‘젊은 그들’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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