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한국의 중년에 반했다

  • 입력 2009년 5월 20일 07시 50분


코멘트
외신들 “‘마더’ 김혜자 ‘박쥐’ 김해숙 농익은 연기에 감탄”

“이젠 우리 같은 중년 배우들이 새롭게 재조명되기를 바란다.“

한국 중년 연기자들이 보여주는 짙은 감성의 연기에 칸이 매료됐다.

제62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마더’의 김혜자, 그리고 ‘박쥐’의 김해숙이 스크린에서 보여준 농익은 연기가 이곳을 찾은 해외 영화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혜자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로 이번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김해숙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로 경쟁부문에서 각각 해외 관객을 만났다. 이들은 레드카펫 위에서 화려한 드레스와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끊임없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환하게 웃었다.

‘박쥐’의 김해숙은 14일 밤(이하 한국시간) 칸에 도착하자마자 메인 상영관이자 곧 자신의 영화가 공식 상영될 뤼미에르 대극장 앞을 거닐며 감회에 젖었다.

“먼 도시라고만 생각했던 곳인데 배우들의 꿈인 레드카펫을 밟게 된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럽다”고 상기된 표정이었다.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받는 환호의 진가는 이들이 영화 속에서 보여준 탁월한 연기력과 열정에 대한 것이다.

‘마더’의 김혜자는 17일 새벽 공식상영 뒤 긴 박수를 받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세상의 모든 이에게 어머니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봐달라”는 당부가 공허한 말이 아니었음이 입증됐고 김혜자는 그에 대한 화답의 박수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의 엄마 이야기, 칸에서 승리하다’는 제목으로 ‘마더’와 김혜자에 대해 극찬한 AFP통신을 비롯해 버라이어티, 스크린 인터내셔널, 할리우드 리포터 등 외신들은 모두 최대의 상찬으로 김혜자에게 환호했다.

영화 속에서 어수룩한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때로는 광기에 사로잡힌 듯 집요한 투쟁을 벌이는 어머니 역으로 그녀는 “고통과 분노로 채워진 표정과 연기가 영화의 핵심적인 매력이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뱀파이어가 된 채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신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박쥐’에서 김해숙은 신부가 사랑하는 여자의 시어머니 역으로 독특한 매력을 과시했다.

탐욕스런 얼굴을 드러내는 분장이 그토록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생각하리만큼 김해숙은 원숙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 프랑스 언론은 ‘박쥐’에 대한 리뷰 기사와 함께 김해숙에 대한 호평을 내놨다”고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밝혔다.

김혜자는 “오로지 ‘마더’가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레드카펫이 큰 의미를 갖는 건 아니다”면서 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해숙은 “중견배우로서 세계적인 언론에 소개되어 평가를 받는다는 건 가슴 벅찬 일이다. 이제 다른 중견 연기자들도 재조명되었으면 좋겠다”고 자부심을 표했다.

이 같은 중년의 여유와 자부심이야말로 한국영화의 또 다른 든든한 버팀목. 두 중년의 여인이 밝힌 칸의 밤하늘이 더욱 맑아보였다.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화보]‘세계 영화 만남의 장’ 제 62회 칸영화제 생생현장

[화보]‘칸을 빛낸 여신들’ 스타 화보

[관련기사]한국영화의 밤

[관련기사]스타들 가족 손잡고 칸으로…

[관련기사]한글로 된 슈퍼마켓…한국영화의 힘 새삼 느꼈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