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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도, 정신도 균형잃으면 무너져…그게 부처님 오신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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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도, 정신도 균형잃으면 무너져…그게 부처님 오신 뜻”

입력 2008-05-07 02:54수정 2009-09-25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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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말하는 ‘부처님 오신 날과 이 시대의 삶’

■ 요즘 한국사회 어떻게 보나

사회 어둡게하는 탐욕-분노-오만 ‘3毒’ 뿌리쳐야

즉흥적 괴담 퍼뜨리는 건 죄… 현혹되지 말아야

■ 부처님이 세상에 왜 오셨을까

불교의 출발은 중생사랑… 中道를 생명으로 여겨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하는 것이 곧 깨달음

불기 2552년 부처님 오신 날(12일)을 앞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경내는 온통 화사한 연등(燃燈)이었다. 이 시대의 대표적 학승(學僧)인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76) 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 곳곳에 연등의 향기가 가득했다.

조계종 총무원 건물 입구에 내걸린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수행(修行)과 전법(傳法)으로 정진하는 조계종-결계(結界)와 포살(布薩)의 생활화.’

결계는 스님들의 수행 장소와 수행 이력을 신고하는 것, 포살은 특정 장소에서 계율을 암송하며 자신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법회를 말한다. 조계종의 수행 분위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올해 하안거부터 포살과 결계를 시행하기로 한 지관 스님. 학승답게 깨끗함과 자기 반성을 강조하는 지관 스님의 의지가 이 문구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듯했다.

세수 7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얼굴은 밝고 깨끗했다. 인터뷰 내내 스님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편안했다.

스님은 3, 4일 열린 연등행사가 무사히 끝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행사 이틀 전부터 구름이 끼고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비가 조금만 내려 참 다행입니다.”

“다 스님의 덕 때문”이라고 했더니 스님은 “내가 덕이 있으면 비가 아예 오지 않고 해가 쨍쨍 났어야죠”하고 농담으로 화답했다.

부처님은 왜 이 세상에 오셨을까, 이것이 가장 궁금했다.

“변방의 태자였던 석가는 칼과 창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었던, 불살생(不殺生)의 화해와 불멸의 중생사랑을 이뤘습니다. 버리고 버려,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생사랑을 얻었던 것이죠. 게다가 왕자의 자리를 버리고 부처가 되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좀 더 깊은 의미를 주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님은 불교의 시작은 중생사랑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중생사랑은 쉽지 않은 일. 부처의 깨달음을 얻는 성불(成佛) 또한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중생을 사랑하고 성불을 이룰 수 있을까.

“일반인들이 성불을 이루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성불이란 것은 꼭 초인적인 깨달음을 얻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죠. 깨달음이란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하는 것입니다. 심즉불(心卽佛), 모든 것은 마음에 있습니다.”

스님은 현재 우리 사회를 어둡고 불행하게 하는 것으로 삼독(三毒)을 지적했다. 그것은 △가진 이들의 끊임없는 탐욕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왜곡된 분노 △‘나보다 더 아는 이 없다’면서 사견(邪見)을 유포시키는 지식인들의 오만과 대중의 무모한 편견. 이와 관련해 스님은 “남보다 많이 가진 이들의 따뜻하고 적극적인 사회 환원, 그늘지고 어두운 곳을 비추는 사회적이고 공적인 보살핌, 자랑하지 않고 중생만을 위해 공부하는 지혜롭고 겸허한 지식인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스님은 지난주 발표한 부처님 오신 날 봉축사에서 “동과 서, 남과 북, 좌와 우 등의 화합”을 강조했다.

“동양과 서양이 다르고, 좌파와 우파도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불가피한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그 간극을 좁혀야 합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도 마찬가지죠. 중간층이 많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스님의 말은 중용의 미학, 그리고 그 중용을 추구하는 넉넉한 마음으로 이어졌다.

“현실적으로 우리 모두가 만족하기는 어렵습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아쉬워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아쉬워합니다. 마음 밖의 물질을 행복의 척도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내 마음에 환경을 맞추지 말고 환경에 내 마음을 맞추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물질과 경제에만 매달리면 곤란합니다. 교양과 마음으로 물질의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제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여러분께 전해 드리는 덕담입니다.”

2005년 10월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 지관 스님은 불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왔다. 불교의 순수함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였다. 최근의 대선과 총선의 결과에 대해서도 스님의 생각은 비슷했다.

“불교는 극단의 편향성을 바로잡아간다는 의미에서, 말 그대로 중도(中道)를 생명으로 여깁니다. 큰 집도, 조그만 물건도, 그리고 우리들의 정신도 균형을 잃으면 오래 견딜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세상의 수없이 많고 다른 중생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마음을 비우고 항상 긴장해야 합니다. 세간에서는 신념이 강한 자를 칭찬하지만 불교에서는 다릅니다. 신심(信心)이 아니라 신념이 지나치게 강해 아집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으면 결국 세상을 어둡게 만듭니다. 자아와 세계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버릴 때, 중생사랑의 지혜가 발현된다는 말입니다.”

그 중용의 정신 때문인지, 기독교인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종교는 문제가 되지 않고 잘 하실 분이니 우리 모두 지켜보면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요즘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른바 ‘광우병 괴담’에 대해선 냉정한 판단을 당부했다.

“확신할 수 없는 것을 쉽게 말하면 안 됩니다. 즉흥적인 생각으로 말을 해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건 죄가 됩니다.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자꾸만 눈덩이처럼 키워 얘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스님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선 “조계종 종회에서 이미 반대 의견을 낸 데다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운하는 건설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담=오명철 전문기자

학승 지관 스님이 말하는 수행

“物神의 시대… 면도날 위 걷는 것보다 어려워”

지관 스님은 대표적인 학승으로 불교계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30대 후반과 60대 초에 두 차례나 해인사 주지를 지냈고 50대 때엔 동국대 총장을 맡았다.

학승으로서 스님의 업적은 적지 않다. 불교의 이론적 연구를 위해 1991년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설립했고 ‘불교대백과사전’ ‘한국불교문화사상사’ ‘역대고승비문총서’ ‘가산불교대사림’ 등과 같은 역저들을 편찬했다.

스님은 꼼꼼하고 엄정한 학승답게 스님들의 행동도 엄격하게 주문한다. 더욱 각성하고, 더욱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스님들의 고가 외제 승용차 운전 등에 대해서도 “물신(物神)이 폭류하는 작금의 사회에서 수행하는 일은 면도날 위를 걷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면서 “그렇다고 해도 수행자에게 본분을 챙기는 일은 찰나지간에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학승답게 스님은 불교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크다. 두 차례나 해인사 주지를 지내서인지 스님이 가장 좋아하는 사찰은 해인사, 가장 좋아하는 불교 문화재는 해인사의 고려 팔만대장경이다.

스님이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전’을 관람한 것도 이러한 관심의 반영이다. 스님은 “동서가 교류하고 문명이 교차함에 그 옛날이 오늘과 다르지 않았다”면서 “현재 우리들의 부박한 일상과 비교되는 저 위대한 정신과 솜씨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감동을 표현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스님은 불교의 의미를 던졌다. “대비심(大悲心)의 중생사랑이죠. 불교적 깨달음도 성불도 모두 중생 사랑에서 나옵니다. 바로 불교의 모태인 셈이죠.”

정리=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지관 스님 약력

△1932년 출생 △동국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 수여 △1947년 해인사에서 사미계 수지 △해인사 주지 △동국대 불교대학장, 동국대 총장 △문화재위원 △가산불교문화연구원 개원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이사장 △저서 ‘비구니계율 연구’ ‘역대고승비문총서’ ‘가산불교대사림’ 등 △은관문화훈장 서훈, 만해학술대상 수상

“부처님이 설파하신 자비 넘치는 사회를”

정진석 추기경 축하메시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사진) 추기경은 불기 2552년 부처님 오신 날(12일) 축하 메시지를 6일 발표했다.

정 추기경은 “만물이 풍성한 생명력으로 소생하는 아름다운 계절에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한 불자 여러분께 축하를 전한다”며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모든 불자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이 세상이 부처님이 설파하신 자비가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특별히 우리의 가정이 모든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생명의 터전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불교와 그리스도교 가정 안에서부터 가족 구성원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밝고 건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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