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네 손이 빚는 파워 앙상블 기대하세요”

  • 입력 2008년 2월 10일 02시 52분


첫 내한 공연을 갖는 세계적인 피아노 듀오 라베크 자매. 언니 카티아(왼쪽)와 동생 마리엘. 사진 제공 서울 예술의 전당
첫 내한 공연을 갖는 세계적인 피아노 듀오 라베크 자매. 언니 카티아(왼쪽)와 동생 마리엘. 사진 제공 서울 예술의 전당
콘타르스키 형제, 아르다셰프 남매, 피케닐 자매, 크롬랭크 듀오….

세계적인 ‘피아노 듀오’는 형제와 남매, 부부가 많다. 프랑스 출신 피아노 듀오 ‘라베크 자매’도 그중 하나. 세계 정상의 인기를 누리는 이들이 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피아노 듀오는 한 대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서 치는 ‘포 핸즈’(연탄), 두 대의 피아노를 놓고 각각 치는 ‘투 피아노’ 연주가 있다. 바흐부터 모차르트, 슈베르트, 메시앙 등 고전음악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곡가가 피아노 듀오 곡을 많이 남겼다.

라베크 자매의 레퍼토리는 드뷔시 ‘흑과 백으로’, 슈베르트 ‘네 손을 위한 환상곡 f단조’, 라벨 ‘어미거위’, ‘스페인 랩소디’ 등. 피아노 독주에 관심이 많은 국내에서 피아노 듀오의 이색적인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자리다. 이들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 강렬한 개성의 조화

“이탈리아 로마에 살고 있는데 지금 프랑스 파리에 와 있어요. 막 치과 치료를 받고 와서 말소리가 좀 이상할 거예요. 지난달에 뉴욕 카네기홀에서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지휘하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듀오 협주곡을 연주했어요. 이번에 중국을 거쳐 한국에 갈 거예요.”

휴대전화로 연결된 동생인 마리엘 라베크(56)의 목소리는 밝았다. 저음부를 담당하는 동생은 사교적이며 따뜻했고, 고음부를 연주하는 언니 카티아(58)는 빠르고 강렬한 개성이 담긴 말투를 구사했다. 전화 목소리처럼 무대에서도 두 사람의 연주 스타일은 다르다.

“사람마다 목소리도 다르고, 손가락 모양도 다르고, 얼굴 생김새도 다릅니다. 두 명의 가수가 노래하는 콘서트에서도 서로 목소리가 다르잖아요. 우리는 서로를 따라하지 않습니다. 차이를 지켜가는 게 음악의 긴장도를 높일 수 있지요.”(카티아)

두 사람은 무대에서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을 칠 때는 피아노의 S자 곡선이 서로 맞붙도록 앞뒤로 놓고 친다. 두 대의 피아노가 뿜어내는 극적인 음색은 왜 피아노를 ‘오케스트라와 닮은 악기’라고 하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피아노를 마주 놓고 칠 때 우리는 서로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느낌과 제스처로만 소통합니다. 피아노는 타악기처럼 기계적인 악기여서 항상 상대를 놓칠까 봐 경계하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떨어져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서로에게 자유로움을 주기 위해서입니다.”(마리엘)

“2대의 피아노를 연주할 때 우리는 오케스트라를 떠올립니다. 누가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첼로를 연주하고, 트럼펫을 부는지 생각합니다.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처럼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도 두 대의 피아노로 빛나는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카티아)

○ 바로크에서 록까지

두 사람은 피아니스트 마르게리트 롱의 제자였던 어머니 슬하에서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듀오 연주자로서 라베크 자매는 이탈리아의 고음악 그룹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와 함께 시대악기로 바흐를 연주하는 것은 물론 거슈윈, 풀랑크, 바르토크 등 현대음악까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구사한다. 카티아는 “피아노 듀오는 바흐에서 록까지 모든 음악에 열려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독립 레이블인 ‘KML레코딩’을 설립해 클래식 음악과 비디오 아트를 결합시키는 독특한 실험도 해왔다. 2005년에는 ‘KML재단’도 설립해 베를린 필과 함께 어린이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마리엘은 “피아노 듀오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배웠다”며 “두 연주자의 앙상블이 관건인 ‘피아노 듀오’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음악과 친숙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2만∼7만 원. 02-580-13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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