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56>有白頭如新, 傾蓋如故

  • 입력 2007년 9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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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희도록 오래됐어도 새로 만난 사이 같은 경우도 있고, 우연히 잠시 알게 됐어도 오래된 사이 같은 경우도 있다.

白頭(백두)는 백발을 뜻한다. 여기서는 늙도록 오래 된 관계를 가리킨다. 如(여)는 ∼과(와) 같다는 뜻이다. 新(신)은 새로운 관계나 새 사람을 가리킨다. 사람 사이는 역시 오래된 경우가 좋아서 新人不如故人(신인불여고인)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맨 앞의 有(유)는 뒤의 구절과 같은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傾(경)은 기울거나 무너짐을 뜻한다. 傾斜(경사)는 비스듬히 기울어짐을 뜻하며, 傾聽(경청)이나 傾耳(경이)는 귀 기울여 듣는다는 뜻이다. 傾國之色(경국지색)은 임금을 홀려 나라를 무너뜨릴 만한 대단한 미인을 가리키는데, 그렇다고 부정적인 시각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

蓋(개)는 덮는다는 의미로 뚜껑이나 가리개 그리고 건물을 짓는다는 뜻도 있다. 하늘이라는 뜻도 있다. 여기서는 햇빛가리개로 일종의 양산인 셈이다. 傾蓋(경개)는 우연히 길에서 만나 양산을 기울여 가까이서 잠시 상대하는 것을 가리킨다. 즉 잠시 알게 된 사이를 뜻한다.

故(고)는 옛날 또는 오래된 관계나 그런 사이의 사람을 가리킨다. 故人(고인)은 오래된 사이의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고, 또 故(고)가 죽다의 뜻으로 쓰여 죽은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緣故(연고)의 경우처럼 이유나 까닭도 뜻한다. 결국 傾蓋如故(경개여고)는 우연히 잠시 알게 되었어도 오래된 사이 같다는 뜻이다. 처음 만난 사이에서 이 말로 대단한 호감을 표할 수 있다. 줄여서 傾蓋(경개)라고도 한다.

‘사기(史記)’에 보이는 말로, 본래는 늙은 신하가 자신을 몰라주는 군주를 원망한 말이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또 그렇지 않던가? 오래된 사이건만 때로 그저 그렇기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뜻밖의 지기를 만나는 행운이 또 어찌 남에게만 있겠는가!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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