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27>聿(붓 률)

  • 입력 2005년 7월 18일 0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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聿은 손에 잡은 붓을 그렸다. 이후 붓대는 주로 대(竹·죽)로 만들어졌기에 筆(붓 필)이 생겨났고, 간화자에서는 대(竹)로 된 붓대와 털(毛·모)로 된 붓 봉을 상징화한 筆로 변했다.

먼저, 필기구로서의 붓이다. 書(글 서)는 그릇에 담긴 먹을 찍어 ‘글’을 쓰는, 晝(낮 주)는 햇빛(日·일)이 있는 ‘낮’에 글을 쓰는, 畵((화,획)·그림 화)는 붓으로 그림이나 도형을 그리는 모습이다. 畵에서 파생된 劃(그을 획)은 도형이나 획을 칼(刀·도)로 새김을 말한다. 肅(엄숙할 숙)은 수놓을 밑그림을 붓으로 그리는 모습이며, 수는 주의를 집중해 놓아야 하므로 이에 ‘엄숙’의 뜻이 생겼고, 그러자 다시 繡(수놓을 수)가 나왔다. 또 律(법 률)은 길(척·척)에서 ‘법령’을 써 붙이고 있는 모습이고, 建(세울 건)은 길(인·인)에서 설계도를 그리는 모습이다.

둘째, 신화적 상징으로서의 붓이다. 肇(비롯할 조)는 ‘붓(聿)으로 쓴 글을 열다(啓·계)’는 의미를 담았는데, 이는 자신의 몸으로써 武王(무왕)의 병을 대신하고자 신께 기도드렸던 周公(주공)의 祝辭(축사)가 담긴 궤짝을 연다는 金등神話(금등신화)를 상상케 한다. 이 궤짝을 엶으로써 주공의 저주 때문에 무왕이 죽었다는 오해가 ‘처음’ 풀리게 되었다는 뜻에서 ‘비롯하다’의 뜻이 생겼을 것이다.

셋째, (대,이)(미칠 이)와 혼용된 경우이다. (대,이)는 짐승(의 꼬리)을 손으로 잡은 모습에서 ‘미치다’의 뜻이 생겼고, 이런 행위를 강조하기 위해 逮(미칠 체)가 만들어졌다. 肄(익힐 이)는 원래 짐승(彖·단)에 (대,이)가 더해진 구조였으나 彖이 계(짐승머리 계)와 矢(화살 시)로 변해 肄가 되었고, 제사에 쓰려고 잡은 짐승을 ‘손질하는’ 모습에서 그런 절차를 ‘익히고’ ‘배우다’는 뜻이 생겼다. 肆(방자할 사)는 잡은 짐승((대,이))을 길게(7·장) ‘늘어놓은’ 모습에서 ‘가게’의 뜻이 생겼다. (례,예)(隸·붙을 예)는 짐승을 ‘잡았다’는 뜻에서 ‘예속’의 의미가 나왔는데, 柰(奈·능금나무 내)는 나무(木·목)를 태워 하늘에 지내는 제사(示·시)라는 의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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