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春畵(춘화)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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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계절이다. 그 봄을 뜻하는 ‘春’은 태양 아래 풀이 지표를 뚫고 나오는 모습이라고 했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어서 봄이 되면 기나긴 겨울 동안 자제했던 생리현상이 활발하게 시작된다.

그런데 봄을 타는 정도는 아무래도 여자가 남자보다 더 심한 것 같다. 그래서 봄이 되면 여자가 陽氣(양기)를 느껴 남자를 그리게 되며 남자는 가을에 陰氣(음기)를 느껴 여자를 그린다고 보았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봄에 남녀의 차이가 그 얼마나 되겠는가. 봄바람에 앞집 갑순이의 가슴이 방망이질을 해대면 뒷집 갑돌이도 가만있지 못하는 법이다.

이처럼 청춘 남녀가 異性(이성)을 그리는 것이 신의 섭리이듯 봄만 되면 남녀가 서로를 생각하게 마련이다. 여기서 봄은 남녀간의 관계를 뜻하게 되어 春心(춘심)이니 春意(춘의), 思春期(사춘기) 回春(회춘)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春畵도 마찬가지다. 남녀간의 交合(교합)을 그린 그림으로 雲雨圖(운우도)라고도 했다. 중국에서는 春宮畵(춘궁화)라고도 했는데 그 모습이 심히 노골적이고 선정적이어서 주로 催淫(최음)의 목적으로 그렸다. 일설에 의하면 黃帝(황제)가 素女(소녀)로 부터 房中術(방중술)을 터득한 뒤부터 출현했다고 하며 호색문화가 넘쳤던 명나라 때에 크게 성행했다. 당시 仇英(구영)은 春宮畵로 유명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었는데 그림뿐만 아니라 상아조각도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강한 유교적 윤리관 때문에 중국이나 일본 만큼 성행하지는 않았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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