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BBC 논픽션상 ‘마오의 기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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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62년 中 대약진 운동은 4500만명 굶어 죽게 한 대재앙”

영국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논픽션상인 BBC 새뮤얼 존슨상의 2011년 수상작으로 프랑크 디쾨터 교수가 쓴 ‘마오의 기근’이 6일 선정됐다. 디쾨터 교수는 런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02년부터 홍콩대에서 중국 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간된 이 책은 이코노미스트와 인디펜던트, 선데이타임스, 이브닝스탠더드 등 수많은 미디어가 ‘2010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1958년에서 1962년까지의 중국은 지옥이었다. 마오쩌둥은 철강과 농업 생산에서 영국을 15년 내에 따라잡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대약진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실험은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중국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끔찍한 재앙만을 남겼다.”

이처럼 충격적인 서두로 시작하는 책은 이제껏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마오쩌둥의 비극적인 대약진 운동에 대해 상세히 서술한다. 마오쩌둥은 지금도 중국 공산당의 상징이다. 서점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로서의 마오쩌둥을 다룬 책이 즐비하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로 손꼽히는 대약진 운동에 대한 책은 별로 없었다.

1950년대 말 시작된 대약진 운동은 효율성 없는 집단농장과 강제노역으로 인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믿었던 철강산업도 필요로 하는 생산량을 채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오쩌둥은 이 계획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대다수 사람이 진흙을 먹으며 연명하는 상황에서도 “아직도 하루에 다섯 끼니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며 곡물을 해외로 수출할 것을 명령했다. 심지어 “식량이 부족하면 반은 굶어 죽으면 된다. 그러면 나머지 반이 남은 식량을 풍족하게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이로 인해 약 4500만 명이 기근으로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당시 공산당 지도부의 류사오치와 저우언라이 등이 이 정책을 폐지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결과 마침내 이 재앙을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마오쩌뚱은 이때부터 본인의 정책을 반대한 류사오치 등 당시 지도부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는 마오쩌둥이 4년 후 2000여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문화혁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디쾨터 교수는 이 책을 저술하는 데 방대한 양의 문서 자료를 참고했다. 대부분 지금껏 단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는 것들이다. 최근 공산당이 기록 보관에 대한 법규를 수정함으로써 마오쩌둥의 시대를 재조명할 수 있는 수많은 중요 서류가 외부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새뮤얼 존슨상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벤 매킨타이어는 “대약진 운동으로 인한 기근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재앙 중 하나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마오쩌둥의 끔찍하고 잘못된 실험을 생생하게 묘사해냈다. 이 책은 중국의 존경받는 인물인 마오쩌둥의 ‘대약진’이 아닌 ‘대재앙’ 운동을 잘 파헤치고 있다”고 수상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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