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93>君子는 欲訥於言, 而敏於行이니라

  • 입력 2009년 1월 19일 02시 58분


‘논어’는 말과 행동의 차이, 이론과 실천의 괴리에 대해 반성하도록 촉구한다. 里仁(이인)편의 이 장도 그 하나다.

君子는 德을 닦는 사람, 주체적인 인격을 갖춘 사람이다. 欲(욕)은 주어가 ‘∼하려고 한다’의 뜻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이 장은 군자가 이리이리 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말한 것이 된다. 欲은 말하는 사람이 ‘∼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공자가 군자라면 ‘이리이리 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하고 권장한 것이 된다. 訥(눌)은 대표훈이 ‘말더듬다’이니, 언변이 부족함을 訥言(눌언)이라고 한다.

그러나 군자라고 해서 일부러 말을 더듬는다면 옳지 않다. 이 장의 訥은 ‘말더듬다’가 아니라 ‘말을 신중하게 한다’로 풀이해야 한다. 옛 사람은 遲鈍(지둔)이라고 풀이했다. 敏(민)은 본래 부인이 머리를 매만지고 열심히 제사 일을 돕는 것을 의미했는데 그 뒤 敏捷(민첩)하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放言(방언·말을 함부로 함)은 쉽다. 그렇기에 말을 신중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力行(역행·실행에 힘씀)은 어렵다. 그렇기에 행동을 민첩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나의 가벼움을 고치고 게으름을 경계하는 矯輕警惰(교경경타)의 방법이다. 이러한 일은 내 자신이 篤實(독실)하게 수행해야지 남 눈치를 보고 명예를 탐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장은 學而(학이)편에 나오는 ‘敏於事而愼於言(민어사이신어언)’장과 통한다. “일의 실천에서는 민첩하고 말에서는 신중하다”라는 말이다. 또 같은 里仁편에, “古者(고자), 言之不出(언지불출)은 恥躬之不逮也(치궁지불체야)”라는 장이 있다. “옛 사람이 함부로 말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실행이 미치지 못할까 부끄러워서였다”라는 말이다. 言行一致(언행일치)를 중시하라는 이 가르침이 오늘날 큰 울림을 지닌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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