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책][경제경영]'부자 엄마 부자 딸'…'일'을 찾아라

  • 입력 2004년 2월 20일 17시 25분


코멘트
독일 시겐의 청소년 미술학교 교사인 질케 크라의 그림. 독일언니경제연구회 회원인 그는 한국언니경제연구회가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엄마와 딸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하자 이 그림을 그려주었다. 사진제공 이유책

독일 시겐의 청소년 미술학교 교사인 질케 크라의 그림. 독일언니경제연구회 회원인 그는 한국언니경제연구회가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엄마와 딸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하자 이 그림을 그려주었다. 사진제공 이유책

◇부자 엄마 부자 딸/언니경제연구회 지음/304쪽 9800원 이유책

‘부자 엄마 부자 딸’이란 책 제목만 보고는 ‘10억원을 모으려면’ ‘청소년 용돈관리 비법’… 뭐 이런 내용이겠지 하는 지레짐작이 갔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는 순간 이 책에서 말하는 ‘부자 딸’이란 전혀 다른 의미임을 깨닫고 진지하게 읽게 됐다. 이 여자들이 도대체 얼마를 벌었기에 스스로를 부자라고 했을까?

변호사 최정미, 개그우먼 김미화, 공무원 최이부자, 한의사 이유명호, 정치부 기자 김소희, 마술사 오은영, 디자이너 김희정, 축구심판 최수진, 세일즈 트레이더 김재희, 댄서 애니, 안무가 홍영주, 육군소령 김경희, 수의사 이미경, 만화예술가 난다, 여행사 대표 어성애, 패션정보 대표 유수진….

이들의 연봉은 3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복부인’들처럼 수십억원의 돈을 긁어모았거나, 백마 탄 왕자를 만난 신데렐라는 아니다. 그저 주어진 삶에서 스스로 ‘쿨∼하게’ 부자 될 준비를 해온 건강한 언니들이다. 그들은 부자 딸을 꿈꾸는 소녀들에게 자신의 일과 삶을 진솔하게 들려주며 역할모델을 제시한다.

“여성의 독립은 경제적 독립부터! 이건 어렸을 때부터 내 삶의 신조였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여자의 일생’이나 ‘테스’ 같은 책을 읽으면서 여자들이 왜 이렇게 바보같이 사는지를 생각해봤다. …곰곰이 생각한 후 내린 결론은 그 여자들이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공무원 최이부자)

저자는 ‘부자 딸’의 기본 전제조건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실에는 ‘개구리’나 ‘야수’의 탈을 쓰고 나타날 왕자는 애당초 없으며, 혹여 신데렐라처럼 왕자와 결혼한다고 쳐도 신데렐라는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 ‘자기만의 돈’이 없기 때문에 경제적 자립도, 정신적 자립도 없다. 왕비가 됐지만 그녀는 동생 등록금을 대주거나 친정어머니 병원비를 지원하는 데도 눈치를 봐야 한다.

취미로 세계여행을 시작했다가 여행사 사장이 된 어성애씨는 ‘부자 딸’을 꿈꾸는 소녀들에게 “때론 목적 없이 그냥 떠나라”고 충고한다. 김미화씨는 “남들은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말하는데, 나에겐 남을 웃기는 일이 가장 쉬웠다”고 말하고, 홍영주씨는 “엄마는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면서 돈까지 잘 버니 나보고 네가 세상에 최고 부자라는 얘기를 하셨다”고 소개한다. 장마다 ‘만화가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내 딸을 만화가로 키우고 싶다면’ 등 소녀들과 어머니들에게 주는 현실적인 조언과 참고사이트가 소개돼 있다.

‘언니경제연구회’는 여성친화적 경제모델을 꿈꾸는 연구모임. 이들은 대한민국 국가경제의 깊은 근심을 해결할 방안으로 ‘2020 부자 딸 프로젝트’를 실시하자고 제언한다. “‘부자 딸’을 키우려면 거스 히딩크 전 감독처럼 ‘멀티플레이어’ 조련 훈련이 필요하다. 죽은 전문성이 아니라 닥치면 뭐든지 해낼 수 있는 능력, 누구와도 정확히 빨리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최소한 10년 동안은 푹 빠져 살 수 있는 일을 먼저 찾아야 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