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특수효과 주름잡는 한국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美전문회사 수석 아티스트 송원일씨
어릴적 스타워즈 보며 관심… ‘어벤져스’ ‘엑스맨’ 등 제작 참여
“봉준호 감독과도 같이 작업 했으면”

미국 할리우드 특수분장 전문가 송원일 수석 아티스트가 영화 ‘아이언맨’에 실제 사용됐던 헬멧과 장갑을 보여주고 있다. 헬멧과 장갑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지만 특수 페인트를 칠해 금속처럼 단단하게 보이도록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미국 할리우드 특수분장 전문가 송원일 수석 아티스트가 영화 ‘아이언맨’에 실제 사용됐던 헬멧과 장갑을 보여주고 있다. 헬멧과 장갑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지만 특수 페인트를 칠해 금속처럼 단단하게 보이도록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우리 영화 ‘우뢰매’에서 주인공이 멋진 슈트를 입고 로봇을 조종하는 장면을 간절히 기대합니다.”

‘어벤져스’ ‘엑스맨’ ‘쥬라기 공원’ 등 20여 편의 할리우드 영화, 드라마, 광고 제작에 참여한 특수분장 전문가 송원일 씨(38)를 서울 동대문구 홍릉 콘텐츠인재개발캠퍼스에서 만났다. 미국 특수분장 전문 회사 레거시 이펙트에서 수석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그는 14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양성사업 중 하나인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서 강연을 했다.

유년 시절 토요명화로 ‘스타워즈’, ‘블레이드 러너’ 등의 영화를 보며 자랐다는 그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레거시 이펙트 입사 뒤엔 완성작을 보는 뿌듯함에 마감 시간보다 훨씬 일찍 완성작을 만들어 가져가 최고 책임자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도중 영화 ‘아이언맨’에 사용된 헬멧과 장갑을 보여주었다. 금속 특유의 은은하고 차가운 색으로 빛나는 헬멧과 장갑은 달그락하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면 플라스틱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슈트가) 마치 살아 움직이면서 미사일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지 않나요?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어떤 디테일이 가장 실제처럼 보일까 고민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제작사가 아이언맨, 몬스터, 몽키 등을 도안으로 제시하면 그와 팀원들은 콘셉트아트(개념 구상 작업)부터 프린팅, 모델링, 조각, 세부 기술 조정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실제 배우가 입을 수 있도록 만든다. 손가락 마디가 구부러지는 것까지 개별 배우에게 맞춰 제작하기 때문에 최소 3, 4개월 전부터 준비한다. 상처 난 모습, 불에 탄 모습 등 대본상 필요한 여러 벌을 제작하고, 스턴트맨용, 주연 배우용도 따로 만든다.

“특수분장 전문가는 예술적 감각과 현실 감각을 둘 다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해요. 2차원 평면에 그린 그림은 대부분 현실화되기가 힘들죠.”

특수분장팀은 슈트 속에 들어가는 배우의 편의도 생각해야 한다. 슈트와 배우 사이엔 고작 1mm 남짓한 공간만 있다. 더운 여름엔 선풍기를 설계해 넣거나 아이스 팩을 넣어주기도 한다. 슈트를 입기 갑갑해하는 배우들은 화면에 나오는 부분만 착용하고 연기하기도 한다.

특수분장에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미국과 달리 한국은 영상 제작에 컴퓨터그래픽 단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고 한다. 그는 “미국에서 여전히 특수분장을 고집해 사용하는 건 실제로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고 눈앞에서 교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상상력이 넘치는 젊은이들이 특수분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도전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괴물’ ‘옥자’를 만든 봉준호 감독 같은 존경하는 한국 감독과도 작업을 같이 할 기회가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특수분장 전문가 아티스트 송원일#특수분장 전문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