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52>赤(붉을 적)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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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은 갑골문에서 사람(大·대)을 불(火·화)에 태우는 모습으로, 예서 이후 지금처럼 변했다. 赤은 갑골문에서 이미 붉은색을 지칭했지만, 제사 이름으로도 쓰여 비를 바라며 사람을 희생으로 삼아 제사지내는 모습을 반영했으며, 다리가 꼬인 사람(交·교)을 불에 태우는 /(태울 교)와 닮았다. 사람을 태울 정도라면 시뻘건 불꽃이 훨훨 타오르는 대단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로부터 ‘벌겋다’는 뜻이 나왔고, 赤을 큰(大) 불(火)로 해석하기도 한다.

붉은색은 피의 색깔이고 심장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핏덩이로 태어난 아기를 赤子(적자)라 하며, 갓난아기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赤裸裸(적나라)’라고 한다. 赤子는 옛날 임금에 대해 백성을 지칭하는 데 쓰이기도 했고, 赤心(적심)이라는 말은 ‘조금도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이라는 뜻으로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심을 말한다.

赤에서 파생된 0(붉을 혁)은 글자 그대로 붉은(赤) 색깔(色·색)을 말하고, 赤이 둘 결합된 赫(붉을 혁)은 赤보다 강렬함을 뜻하는데, 이후 불꽃의 강렬함을 강조하기 위해 火를 더한 爀(붉을 혁)을, 놀라거나 화가 나 비명을 지르거나 목소리를 높인다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口(입 구)를 더한 (하,혁)(노할 혁)을 만들었다.

하지만 赦(용서할 사)는 사람을 희생물로 바치는 제사와 관련되어 보이는데, 복(복·칠 복)이 손에 매를 든 모습으로 강제한다는 의미를 가지므로, 사람을 희생물(赤)로 강제로 내몰다(복)는 뜻이며, 이로부터 방치하다, 내버려두다 등의 뜻이 생겼다.

색은 순색인 正色(정색)과 두 색이 섞여 만들어지는 間色(간색)으로 나뉘는데, 赤은 靑(청), 黃(황), 白(백), 黑(흑)과 함께 다섯 가지 正色의 하나이다. 이에 비해 朱(붉을 주)와 紅(붉을 홍)은 같은 ‘붉은색’이지만 정색이 아닌 間色이다.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 떴을 때의 색을 朱, 태양이 떠오를 때의 색을 紅에 비유하는 것으로 보아, 朱는 赤에 黑이 더해진 간색으로, 紅은 赤에 白이 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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