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38선, 누가 왜 그었나… ‘한반도 38선 분할의 역사’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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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38선 분할의 역사/김기조 지음/539쪽·3만 원·한국학술정보

김기조 박사가 1994년에 간행한 저서를 10여 년 만에 전면 증보한 이 연구서는 38선 획정에 대해 국제학계에서 널리 인정받았던 마이클 샌더스키의 ‘America's Parallel’의 한계를 극복한 역작이다.

1955년부터 시작된 38선 획정에 관한 논쟁은 1965년 이용희 교수의 논문이 나오면서 정리되는 조짐을 보였으며 그에게 40여 년 전 자료를 제공했던 제자 김 박사가 비중 있는 연구 결과를 출간하면서 어느 정도 결말을 지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샌더스키’로 불리는 그는 38선을 제2차 세계대전(좁게는 이른바 ‘대동아전쟁’) 중에 이루어진 미국-소련-일본 간 전략 대결의 부산물 또는 파생물로 간주했다. 따라서 그는 전쟁 당사자들의 전략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38선 분할의 기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외교사 측면에 치중돼 왔던 연구를 넘어 정략-전략-전술이라는 정치 군사적 문제(politico-military affairs) 탐구방법을 적용한 그는 좀 더 총괄적인 탐색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만 분단의 기원을 찾는 기존의 학계를 비판하면서 일본에서도 기원을 찾는 새로운 방법을 적용했다. 따라서 그의 입장은 일본이 종속변수가 되는 ‘일본요인설’이라기보다는 ‘일본기원설’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는 미국의 일본에 대한 정보수집 결과를 토대로 정치 군사적 결정의 배후를 추적했다. 이러한 정치 군사적 접근과 일본의 역할에 대한 고려는 독창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자료는 물론 일본 자료를 활용했다는 점도 가히 독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38선을 누가 그었느냐는 문제에 대해 ‘러스크가 38선을 획정했다’는 견해가 정설이었다. 샌더스키를 비롯해 소수의 연구자만이 링컨 준장의 주도설을 내세웠다. 그러나 저자는 평자가 1990년대 중반에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발굴한 1949년 7월 18일자 링컨의 편지 자료 등을 활용하여 링컨 준장의 주도설을 확고히 입증하는 결실을 봤다. 출근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던 러스크보다 고위직이었으며 전략적 기획을 총괄하고 있었던 미 육군부 전략정책단장 링컨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고 김 박사는 주장하고 있다.

러스크 주도설은 정책 문서나 회의록 자료 등과 같은 문서가 아닌 증언록(1950년 7월 12일)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전쟁이 발발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의도적인 책임 회피 증언이므로 전쟁 이전에 전사 자료 수집으로 확보한 링컨의 증언 편지보다 자료적 가치가 조금 떨어지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자료의 신빙성 면에서 러스크의 증언은 링컨의 편지보다 한 단계 낮으므로 기존의 정설은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이완범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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