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컨설턴트가 기업을 구원한다

  • 입력 2006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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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의 여성 컨설턴트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임상희 김민지 김율리 조연주 최선화 씨. 김재명 기자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의 여성 컨설턴트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임상희 김민지 김율리 조연주 최선화 씨. 김재명 기자
“여성인 당신은 우리 회사에 매우 특별한 자산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최고경영자(CEO) 한스 폴 뷔르크너 회장은 36개국 직원들에게 이런 내용의 e메일을 수시로 보낸다.

‘여성의 진취적 기상(Women’s Initiative)’을 구호처럼 외치는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독일 싱가포르 등에서 여성 컨설턴트만을 위한 리더십 트레이닝도 진행했다.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컨설팅업계가 요즘 왜 ‘여성의 힘’에 주목하는 것일까.

BCG 서울사무소의 여성 컨설턴트 김민지(34), 김율리(32), 조연주(27), 최선화(27), 임상희(25) 씨를 만나 그들의 일터 이야기를 들어 봤다.

외국계 컨설팅회사 ‘빅3’로 꼽히는 맥킨지, 베인&컴퍼니, BCG의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컨설턴트는 현재 250∼300명. 이 가운데 20∼30%가 여성이다.

○여성만의 영역이 있다

“여성 소비자들의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여성 컨설턴트를 콕 집어 요구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조 씨는 최근 동료 컨설턴트들과 A 카드회사의 여성용 신용카드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여성이어서 행복하다’고 느꼈다.

남성 컨설턴트들은 여성이 어디에서 유기농 식품을 사고, 어디에서 얼굴 마사지를 받는지 속속들이 알 턱이 없다. A 사는 여성 컨설턴트를 요구했으며 이들의 아이디어 대부분이 새로운 카드 제작에 반영됐다.

고객 회사의 경영전략을 구축하는 여성 컨설턴트들은 이력도 각양각색이다.

조 씨는 미국 웰즐리대에서 일본어와 미디어아트를 전공했으며, 최 씨는 서울 예원학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뒤 미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미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김민지 씨는 국내외 유명 로펌에서 일하다가 ‘역동적인’ 일을 찾아 컨설팅업계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유학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어와 논리적인 사고방식이 컨설팅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여성 컨설턴트는 적어도 2, 3개의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성공하는 여성의 전략

이들은 한결같이 단정한 검은색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능력과 관계없는 외부 요인으로 쓸데없는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씨는 “주로 40대 이상의 남성인 고객회사 직원들과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화려한 장신구는 피하고 가능한 한 스포츠와 시사에 대한 공통 화제를 가지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율리 씨는 “외국의 성공한 여성들은 여성스러움을 오히려 강점으로 삼아 일하고 있다”며 “여성 동료들과 ‘핑크 아이덴티티(여성성)’냐 ‘블랙 아이덴티티(전문성)’냐를 놓고 고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 인수합병(M&A)이 많다 보니 합병 후 기업문화 통합에 대한 컨설팅 업무도 덩달아 늘었다. 예전에 비해 좀 더 부드럽고 감성적인 컨설팅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출신의 ‘국내파’ 임 씨는 “잦은 야근으로 피곤하지만 일류 기업의 CEO를 직접 만나 그들의 성장을 돕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화려한 이들의 직업 세계에도 개인적인 고충은 있다.

“남자와 데이트할 때까지 평소 일하는 습관이 튀어나와요. 말할 때 꼭 ‘첫째’ ‘둘째’ 하면서 순서를 매겨 요점을 정리한다든가, 함께 식사하러 가서는 식당 매출이 얼마일까 궁금해하는 식이죠.”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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