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숨은 꽃]“연출가와 작가 사이 중재스태프… 희곡 분석해 다양한 해석 내놓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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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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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상임 드라마투르크 조만수 교수

올해 초 남산예술센터의 상임 드라마투르크를 맡아 활약한 조만수 충북대 교수. 그는 “무대에 올리는 작품의 희곡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고 연출가에게 동의를 얻을 때 보람 있다”고 말했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올해 초 남산예술센터의 상임 드라마투르크를 맡아 활약한 조만수 충북대 교수. 그는 “무대에 올리는 작품의 희곡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고 연출가에게 동의를 얻을 때 보람 있다”고 말했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희곡과 이 희곡을 극화하는 것 사이에는 간격이 있어요. 상상의 산물인 문학적 언어와 무대 언어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죠. 무대는 절제된 공간이고 여기선 말(대사)이 ‘꽃’을 피우는 게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들이 ‘꽃’을 피워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공연이 됩니다.”

이 간격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 요즘 점점 공연계에서 일반화하고 있는 ‘드라마투르크(또는 영어 발음의 드라마터그)’의 존재가 그래서 필요하다.

조만수 충북대 교수(46)는 국내 첫 상임 드라마투르크다. 남산예술센터는 올해 초 국내 공연장 최초로 상임 드라마투르크를 임명했다. 조 교수와 월간 ‘객석’ 기자 출신의 김주연 씨다.

“드라마투르크의 개념은 공공극장이 많은 독일에서 출발했어요. 공연의 ‘텍스트 스태프’라고 보면 돼요. 희곡 텍스트를 분석해 해석의 여지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연출가가 이 중에서 선택하도록 돕는 거죠. 창작극 중심의 남산예술센터에 드라마투르크가 필요한 것은 공연할 작품을 희곡을 읽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투르크는 ‘희곡 읽기 전문가’이기도 하니까요.”

이 교수는 2009년 9월 남산예술센터 재개관작인 ‘오늘, 손님 오신다’의 드라마투르크로 참여하면서 남산예술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3명의 작가(고연옥, 장성희, 최치언)와 3명의 연출가(고선웅, 구태환, 최용훈)가 짝을 이뤄 각각 30분 안팎의 세 개의 작품을 연달아 공연하는 기획이었는데 조 교수가 아이디어를 내면서 공연 방식이 달라졌다.

“세 개의 작품을 나열해 공연하기보다는 모자이크처럼 뒤섞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죠. 남산예술센터도 재개관하면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이에 동의했어요.”

이런 시도가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그를 찾는 연출가가 늘었다. 올해만 4편이다. ‘과부들’(이성열 연출) ‘전명출 평전’(박근형 연출) ‘878m의 봄’(류주연 연출) ‘사이코패스’(박상현 작·연출).

불문과 교수로 연극평론을 하던 그가 드라마투르크로 제작과정에 뛰어든 건 2003년 극단 김동수컴퍼니 제작의 사극 ‘문중록’을 통해서이다.

“연극판에선 ‘연극을 모른다’고 이론가들을 폄훼하는 시각이 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연극을 ‘평가’하는 것보다는 작가와 연출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더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어떤 과정을 거쳐 연극이 만들어지는지, 객석이 아니라 ‘백 스테이지’로 들어가서 한번 보자 생각한 거죠.”

드라마투르크의 역할은 희곡 해석에만 있지 않다. 공연 준비과정에서 중재자 역할도 해야 한다. 연출가와 작가 사이의 갈등 요인을 순화하고 연출 의도를 배우들과 제작진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다.

“창작 초연의 경우 연습과정에서 대본 수정은 불가피합니다. 작가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신인 작가일수록 희곡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에 수정하는 걸 잘 못 받아들입니다. 그럴 때 제가 나서서 설득하거나 적절한 선에서 타협하도록 이끄는 거죠.”

그는 드라마투르크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연출가와 비슷한 연배가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투르크는 엄연히 연출가를 돕는 스태프인데 너무 선배면 ‘선생’의 역할을 하게 되고, 반대로 너무 후배면 의견이 생산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 같습니다.” <끝>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조만수#연출가#희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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