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뭐, 또 결혼?… 벌써 네번째잖아!… ‘사랑 보존법’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코멘트
◇ 사랑 보존법/다이라 아스코 지음·박미옥 옮김/324쪽·9800원·문학동네

나카코는 어이가 없다. 마유미와 고타로가 결혼한다니.

결혼이 불만인 게 아니라 횟수가 맘에 들지 않았다. 이혼하고 합치고 헤어지고 재혼하고. 벌써 네 번째 결혼. 같은 신랑 신부에게 또 축의금을 내야 하는 불쌍한 하객들. 마일리지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닐까.

더 어이없는 건 나카코가 피로연 사회까지 맡아버린 것. 내키지 않는 사회, 그들의 딸 아스카를 생각해도 이 결혼은 못마땅하다. 게다가…, 나카코는 고타로의 눈을 볼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린다.

다이라 아스코는 재밌는 작가다. ‘여성 오쿠다 히데오’라는 별명답게 웃음이 나는 기발한 상황 설정, 그 안에 스며 있는 자연스러운 공감대가 매력이다. ‘사랑 보존법’에 담긴 여섯 편의 단편 역시 읽는 이를 죄고 푸는 독특한 템포가 강렬하다.

표제작 ‘사랑 보존법’도 마찬가지. 네 번째 결혼이란 설정은 주위에서 흔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 없으란 법도 없다. 그렇다면 이런 일은 왜 벌어질까. 그 속에는 남녀가 결혼을 바라보는 미묘한 차이, 30대 미혼여성이 생각하는 결혼관, 진정한 결혼의 의미 등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나머지 단편들도 꽤 재밌다. 애인의 미남 아버지와 어쩌다 키스까지 해버린 여자, 여자친구 아버지 장례식에서 소심하게 굴다 스님에게 애인을 뺏기게 생긴 남자, 다가오는 여자를 결코 거절할 줄 모르는 남편을 둔 유부녀….

상황 자체는 ‘픽션’일지언정 그 속에 놓인 인간의 마음은 ‘논픽션’이다. 사랑이란, 그래서 참 어렵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