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얼치기 의학상식, 독이다… ‘불량의학’

  • 입력 2006년 1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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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의학이란 이름 아래 대중을 세뇌시키는 거짓 의학정보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책 중간 중간 어려운 의학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건강정보 중 만연된 불량 의학정보를 맹신하지 말라”는 저자의 주장은 명확하게 다가온다. 사진 제공 열대림
이 책은 의학이란 이름 아래 대중을 세뇌시키는 거짓 의학정보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책 중간 중간 어려운 의학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건강정보 중 만연된 불량 의학정보를 맹신하지 말라”는 저자의 주장은 명확하게 다가온다. 사진 제공 열대림
◇불량의학/크리스토퍼 완제크 지음·박은영 옮김·392쪽·1만5000원·열대림

스포일러(spoiler·줄거리를 미리 알려줘 재미를 떨어뜨리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잘못된 의학 상식을 다룬 이 책의 결말은 평이하다.

“건강에 대한 가장 정확한 의학 지식은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식사’다. 의학적 연구 결과 중 이 두 가지만은 수천 년 동안 부작용 없이 증명된 정보다.”

하지만 이 책은 ‘결론’보다 저자가 끌고 가는 ‘과정’이 충격적이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뇌의 10%도 활용하지 못 한다. 방사선 촬영은 뇌종양을 유발한다. 수음(手淫)은 시력을 악화시킨다.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은 계속 늘고 있다. 나이와 기억력 감퇴는 비례한다. 암은 유전된다…. 저자는 모두 ‘불량의학’이라고 진단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필자로 활동 중인 저자가 제시한 구체적 사례들을 읽다 보면 뻔한 결말은 어느덧 묵직해진다. 저자는 몸에 대한 진실, 병의 요인, 대체요법의 허구성, 의학실험 보도의 문제점 등 상식으로 생각한 우리의 의학 지식들을 가차 없이 차 버린다.

최근 급부상한 비만 유전자에 대해 저자는 실제 갑상샘 기능 항진 등 극히 일부의 유전자 장애만이 비만이 된다고 주장한다. 비만의 주 원인은 지방 설탕 소금으로 범벅된 고열량 음식을 먹는 ‘미국식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완전식품의 신화 ‘우유’도 비판대에 오른다. 우유 속의 동물성 단백질은 칼슘을 체외로 배출시킨다.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칼슘은 더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골다공증에 효과가 없다는 것.

비타민C도 예외가 아니다. 정상 세포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이미 손상된 세포를 더 악화시키는 작용을 해 미국 암학회는 환자들에게 복용을 줄일 것을 권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생수는 어떤가. 저자의 결론은 ‘꽝’이다. 수돗물보다 1만 배 비싸지만 사실상 수돗물과 큰 차이가 없으며 염소로 소독된 수돗물이 암을 유발한다는 것도 통계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폐암 전립샘암 유방암 등 암 발병에서 유전형질들은 고지방, 고염분 식사, 운동 부족 등 환경적 요인들보다 비중이 훨씬 작다. 다소 시니컬한 문체 속에서 의학 상식은 하나하나 깨지기 시작한다.

의학 상식을 파괴한 저자는 총구를 건강요법으로 돌린다. 자기요법(자석으로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방법), 동종요법(질병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해 치료하는 방법), 아로마세러피, 산소 흡수 등 각종 대체의학은 위약(僞藥)효과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혈액을 자석으로 끌 정도면 사람은 죽게 되며 약한 자력으로는 피부를 뚫을 수 없다는 것이 자기요법에 대한 반박이다. 또 산소 농도가 너무 높으면 스티비 원더처럼 ‘조산아망막증’에 걸려 눈이 멀 수도 있다고 비웃는다.

결국 저자는 이 시대가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불량의학은 ‘과학이 모든 것을 정복할 수 있고 또 그럴 것이라는 관념’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관념은 정교하지 못한 의학 실험,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이벤트성 의학 뉴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고 설명한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우리는 ‘적당한 운동’과 ‘절제된 식사’를 제치고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까?”라는 인간 심리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에 맞닥뜨린다. 또한 저자가 기존 의학 지식을 반박하기 위해 내세운 실험의 결과와 경험적 사례는 나열에 그칠 뿐 논리적 정교함이나 신뢰성을 보여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상식마저 의심하라’고 끊임없이 주문한다는 점에서 ‘건강 속설’을 신앙처럼 믿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제 ‘Bad Medicine’(2003년).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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