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가 주연을 맡은 영화 ‘데스티네이션 웨딩(Destination Wedding)’은 개봉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우선 두 배우가 ‘드라큘라’(1993년)와 ‘스캐너 다클리’(2006년),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2011년)에서 세 번이나 호흡을 맞춰 절친한 사이. 미국에서 영화 홍보 인터뷰 도중 라이더가 “우리 둘은 ‘드라큘라’ 촬영 때 결혼한 사이”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났으니 분명 멋진 사랑을 보여줘야 할 텐데, 영화는 서로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찌질’한 남녀의 모습을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
제목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하객들이 휴가를 겸해 참석할 수 있도록 근사한 휴양지에서 올리는 결혼식을 일컫는다. 프랭크(리브스)와 린제이(라이더)는 각각 신랑의 형, 전 약혼자로 이 결혼에 초대받았다. 결혼식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까칠하고 예민한 서로를 싫어하지만 ‘공통의 적’인 신랑을 헐뜯으며 점점 가까워진다. 어느새 서로의 감정을 내심 느끼지만 소심한 둘은 감정을 인정하기보다 세상에 관한 불만만 쉴 새 없이 늘어놓는다. 너무 떠드는 탓에 가끔 입을 틀어막고 싶어질 정도지만 너무 현실적인 대화에 어느새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대화로 이뤄진 로맨스 영화라면 떠오르는 ‘비포 선셋’(2004년)이 보여준 낭만을 이 영화는 와장창 깨뜨려 버린다. 하지만 톡톡 튀는 대사와 결혼식이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풍광을 양념으로 “때론 이런 현실적인 사랑도 아름답지 않나요?”라며 되묻는다. 달달한 로맨스만 보면 닭살이 돋거나 손발이 오그라든다면? 이 영화가 딱이다! ★★★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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