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디지털 통한 책의 가치 창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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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영화 ‘마션’의 원작자인 앤디 위어는 2009년 자신의 첫 장편소설인 ‘마션’을 개인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한다. 화성에 고립된 우주비행사의 생존기를 다룬 이 소설에 독자들은 열광했다. 책으로 내라는 요청이 빗발치자 2011년 자비를 들여 전자책으로 출간한다. 영화 ‘마션’의 흥행돌풍은 이렇게 시작됐다. 독자들과 실시간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꾸었던 꿈, 밤새 썼던 글이 순식간에 글로벌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나 뮤지컬이 되는 콘텐츠의 융합과 확산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디지털과 모바일에 의해 추동되는 이 흐름을 얼마나 선제적으로, 창의적으로 주도해 나가느냐에 문화강국, 문화융성의 미래가 걸려 있다.

전자책은 그런 흐름의 성과물이면서 동시에 이를 지속 가능케 하는 수단의 하나다. 종이책의 보완재로서의 의미도 작지 않지만 이를 뛰어넘는 무한한 가치 창조와 응용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제도서전에선 한국의 전자출판관이 단연 인기를 끌고 있다. 정보기술(IT) 선진국답게 첨단 디지털로 구현되는 그림책과 스마트러닝 교재를 보면서 바이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도 320여 건의 상담이 현장에서 진행됐다.

1971년 미국이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바꾼 이래 출판과 독서 환경은 크게 변했다. 독서 인구는 줄고 출판사와 서점의 불황은 깊어졌다. 그럼에도 전자책은 꾸준히 상승세다. 미국 영국은 시장규모가 전체 출판시장의 20%대에 이른다. 세계적으론 2013년 149억 달러에서 2018년 33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자책 시장은 비중이 2∼3%대에 머물고 있다. 원인은 역시 콘텐츠 부족이다. 유력 출판사들은 종이책에 대한 집착과 불법복제 우려 때문에 보유 콘텐츠를 내놓기 주저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들도 판타지물이 아직은 대종을 이룬다.

책이 콘텐츠의 모태라면,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책도 변해야 한다. 다양한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통해 가장 좋은 방식으로 출판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에 상응하는 좋은 콘텐츠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12일부터 사흘간 송도 컨벤시아에서 ‘디지털 쉼표, e-Book’이란 슬로건을 걸고 2015 디지털 북페어 코리아를 개최한다. 중국 브라질 등 국내외 100여 개 업체와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다양한 전자출판산업 활성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융합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사례도 발표된다. 미국의 퍼블리싱 퍼스펙티브그룹, 오버드라이브사, 영국 하퍼콜린스사의 담당 임원들이 연사로 나선다. 이번 디지털 북페어 코리아가 한국을 전자출판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재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마션#e-book#전자출판#국제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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