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착한 친구,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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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플랜테리어… 나만의 반려식물 키우기

사진 제공 북센스
‘강낭콩 관찰일지’ 작성은 매년 이맘때 초등학생들이면 한 번씩 경험하는 과제다. 작은 화분에 강낭콩을 심고 물을 주면 며칠 뒤 흙 위로 조그만 싹이 돋아난다. 식물의 성장세는 놀랍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키가 쑥쑥 크고 잎이 활짝 펼쳐지면서 꽃이 핀다. 해준 거라곤 물 준 일밖에 없는데 어느새 확 커버린 초록 식물을 보면 뿌듯한 성취감마저 차오른다. 아이와 함께 식물을 지켜본 어른들은 문득 생각한다. “식물을 키워 볼까?”

2018 핫키워드 ‘플랜테리어’

누구나 한 번쯤은 관심을 갖게 되는 ‘식물 양육’이 올해 핫트렌드로 떠올랐다. 화분은 늘 실내에 있던 건데 느닷없이 웬 유행이냐며 실눈을 뜰 법하다. 하지만 요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선 선풍적인 인기다. 이 덕분에 ‘홈 가드닝’ ‘어반 정글’ 등과 같은 인기의 척도로 여겨지는 신조어도 생겼다. 최근엔 플랜트(plant·식물)와 인테리어의 합성어인 ‘플랜테리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플랜테리어’ 해시태그 게시물 수는 11만 건이 넘어설 정도다.

플랜테리어 전문업체 위드플랜츠의 권지연 대표는 “대부분의 집에서 화분이란 ‘선물로 받은 것’ 혹은 ‘베란다에 모아 두는 엄마의 전유물’이었고 심지어 큰 화분은 애물단지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인테리어용품을 장만하듯 식물을 장만해 실내 오브제로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2, 3년 전만 해도 실내에 두는 식물을 문의하는 사람들은 프랜차이즈업체나 카페 운영자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들어선 일반인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모노톤의 거실에 어떤 식물을 두는 게 좋을지, 그 식물을 어떤 가구 옆에 두는 게 좋을지 등 구체적인 질문이 많아지고 있다”며 “가정에서 ‘플랜테리어’라는 개념을 인식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플랜테리어가 인기를 끌게 된 요인 중 하나로 과거엔 팔리는 식물이 한정적이었지만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해외에서 인기 있는 식물을 한국에서 금세 볼 수 있게 된 점을 꼽는다. 패션이나 상품이 유행에 따라 바뀌는 것처럼 식물도 유행을 타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집들이 화분은 행운목, 개업 화분은 금전수, 승진 축하 선물은 난’ 식으로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진 식물을 두는 대신 그때그때 인기 있는 식물을 들여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식. 1인 가구가 늘면서 동물보다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식물을 반려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플랜테리어가 핫아이템 반열에 오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인기 품종도 유행 따라…선인장에서 떡갈잎고무나무로

2000년대 중반까지 화제 식물은 단연 ‘선인장’이었다. 전자파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자파차단 기능을 갖춘 선인장이 인기를 모았다.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이니 물을 거의 주지 않아도 관리가 될 것이라는 믿음(실제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된다)도 한몫했다. 선인장의 뒤를 이은 인기 식물은 ‘식용작물’이었다.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말농장 열풍이 불기도 했지만 바쁜 도시인이 주말마다 농장을 돌보기란 쉽지 않은 일. 주말농장의 대안으로 옥상텃밭, 베란다텃밭이 떴고 간단하게 키워서 먹을 수 있는 블루베리, 상추, 토마토 등이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에코플랜트’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단연 많다”고 플랜테리어 전문업체 보타닉에이치의 김한나 대표는 말한다. “실내 공기의 질을 쾌적하게 만들 수 있는 친환경적인 방법이 식물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됐고, 공기 정화 능력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플랜테리어가 각광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플랜테리어의 기능은 다양하다. 실내 면적의 5∼10%만 식물로 채워도 공기 정화 효과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도 크다. 여름철에는 온도를 낮춰주고 겨울에는 가습기 역할을 할 수 있어 에너지 절약 효과도 있다. 컬러 세러피(색채 치료)에 따르면 초록색은 심신을 평안하게 해준다. 식물 키우기를 통해 분주한 현대인이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어린이들이 식물을 직접 심고 기르는 체험을 통해 자연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플랜테리어가 부상하면서 최근에는 이국적인 느낌의 식물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많은 도시에서 큰 정원을 갖춘 마당을 갖기란 사실상 어렵다. 이런 욕구들이 쌓여 작은 실내에서 작은 숲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잎이 무성한 식물들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 일부 이파리가 말라도 잘라내고 물을 흠뻑 주면 유지할 수 있어 관리도 어렵지 않다. 잎이 크고 독특한 모양을 가진 몬스테라, 셀렘, 떡갈잎고무나무 등이 인기가 높다.

착하지만 관리가 필요한 식물

권 대표는 저서 ‘오늘부터 우리 집에 식물이 살아요’에서 식물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라고 강조한다. 식물을 키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우선 자신의 생활 패턴과 식물을 키울 환경부터 점검해야 한다. 예쁜 꽃을 피우고 신선한 향기를 뿜으면서 귀찮게도 안 하고 말없이 있어 주는 식물은 착해 보이지만 ‘생각날 때 물만 주면 된다’는 것은 편견이다. 햇빛이 잘 들고 환기가 잘되는 환경은 기본. 잡초 제거와 비료 주는 일도 챙겨야 한다.

또 식물을 들여다 놓을 곳이 햇빛이 잘 드는지, 온도는 적당한지, 환기는 잘 되는지 혹은 환기를 자주 시켜줄 수 있는지, 습도는 적당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가령 퇴근이 늦고 자주 식물을 들여다볼 틈이 없다면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건조에 강한 식물을,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공간이라면 반음지식물이나 음지식물을 고르는 게 좋다. 물을 주는 일이나 환기를 시켜 주는 것을 자꾸 잊어버린다면 스마트폰의 알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플랜테리어 입문자라면 무난한 식물이 좋다. 김 대표는 “까다로운 식물을 키우기 어려운 라이프스타일이나 식물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예민하지 않은 식물을 고르는 게 좋다”면서 틸란드시아와 마리모를 추천했다. 틸란드시아는 흙 없이 사는 식물. 공기 중의 수분과 먼지를 먹고 살아간다. 대기 중의 미세먼지를 거르는 데 효과가 높은 식물로 알려졌다. 마리모의 인기도 높다. 담수성 녹조류의 일종으로 초록 공 모양의 식물이다.

권 대표는 관리를 제대로 못해 손만 대면 식물을 죽이는 이른바 ‘마이너스의 손’을 위한 식물로 산세비에리아와 스킨답서스, 녹보수 등을 추천했다. 산세비에리아는 어디서나 잘 자라고 관리가 어렵지 않다. 스킨답서스는 병해충에 강하다. 녹보수는 관리 소홀로 잎이 빈약해져도 물을 주면 금방 풍성해진다. 권 대표는 “키우기 쉽다는 뜻은 예민하지 않다는 것이지 물을 주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라면서 “안타깝게도 신경을 쓰지 않아도 혼자 크는 식물은 없다. 지속적인 관심은 어느 식물에게나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플렌테리어#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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