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생태지도]<6·끝>비무장지대의 생태계

  • 입력 2005년 6월 24일 0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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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

이곳은 한강 하류에서 경기 연천군, 강원 철원군 양구군을 거쳐 고성군으로 이어지는 동서 155마일(약 258km), 남북 4km의 지역을 가리킨다. DMZ 일대는 6·25전쟁 이후 인간의 출입이 제한된 덕분에 ‘살아있는 생태교과서’가 됐다.

환경부가 2003년 말 발표한 ‘비무장지대 일원 생태조사결과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모두 2716종의 야생동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7종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및 보호종으로 조사됐다.

멸종위기 종으로는 검독수리 매 저어새 흑고니 등 조류가 44종으로 가장 많고, 수달 산양 사향노루를 비롯한 포유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서 파충류는 구렁이 까치살모사 금개구리 등 5종, 어류는 묵납자루를 비롯해 3종, 식물은 매화마름 고란초 솔나리 등 9종이 발견됐다.

DMZ는 한반도 중부지역에 서식하거나 남북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들이 종을 보존할 수 있는 피난처였다. DMZ의 생태적 가치가 높은 이유는 면적은 좁으나 어느 지역보다 다양한 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식물은 한반도 전체 종의 34%가 서식하고 있으며 파충류(71%) 조류(51%) 포유류(52%)도 풍부하게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상훈(지리산 반달가슴곰 관리팀장·야생동물연합 상임의장) 박사는 “DMZ는 한반도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남북 생물 자원과 생태계를 연결하는 교류의 통로이자 최후의 보루”라며 “DMZ의 학술적, 경제적 중요성과 가치 보전을 위해 연구와 보전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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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2716종 DMZ 서식… 강화갯벌-철원 철새도래지 등 천연기념물 지정▼


한반도를 동서로 관통하는 DMZ의 생태계는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이곳의 자연생태계를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임진강 하구, 강화 갯벌=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 강화군의 남서부 지역과 석모도, 볼음도, 주문도 일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임진강 하구는 새들의 천국이고, 강화 갯벌은 다양한 조류와 갯벌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어 ‘살아있는 생물도감’으로 불린다. ‘강화갯벌 및 저어새 번식지’는 천연기념물 419호로 지정돼 있다. 이 지역은 여의도의 52배 크기로 단일 문화재 지정 구역으로는 가장 넓다.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흰죽지비오리 쇠기러기 큰기러기를 볼 수 있다.

이 지역은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날아 오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특히 지구상에 500여 마리밖에 없다는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도 볼 수 있다.

강화군은 8일 인천환경운동연합과 공동으로 ‘갯벌센터’(화도면 여차리)를 개관했다. 갯벌에서 50여 m 떨어진 이곳에는 갯벌생태 전망대, 자연생태 연구실, 갯벌생태 전시실이 있다. 032-937-5057


▽두타연 계곡=강원 양구군 방산면 일대. 열목어(천연기념물 제73호)와 검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 등 희귀종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열목어는 수온이 20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 1급수에서 산다. 이곳은 물이 차고 나무가 우거져 직사광선이 드문 조건 때문에 열목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 계곡은 지난해 개방됐다. 이곳을 둘러본 뒤 ‘생태식물원’을 방문해도 좋다. DMZ 일대에 서식하는 희귀식물과 고산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인근에 ‘산양증식 복원센터’ ‘박제전시관’, 박수근 화백의 생가를 중심으로 조성된 ‘박수근 미술관’도 있다.

두타연 계곡을 찾아가려면 2일 전에 신청하고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 반에 출발한다. 양구군청 문화관광과 033-480-2251

▽철원 철새도래지=강원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 대마리 일대.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천연기념물 245호다.

국제조류협회는 노랑부리백로 황새 가창오리 호사비오리 등 17종의 새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가운데 흑두루미 재두루미 등 4종이 철원평야에 도래하고 있다. 이 지역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것은 겨울에도 땅속에서 따뜻한 물이 흘러나와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와 재두루미(203호)를 비롯해 독수리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등 110여 종의 조류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요즘은 백로 왜가리 등 여름 철새를 볼 수 있다. 철원군청 관광기획과 033-450-5364

▽향로봉, 칠절봉, 고진동 계곡=강원 인제군과 고성군 일대로 천연기념물 247호로 지정돼 있다. 칠절봉에서 향로봉, 건봉산의 고진동 계곡을 지나 DMZ까지 이어지며 한반도 중부 온대림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칠성장어 산천어 금강모치 버들치 가는돌고기 등 보호 어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조류는 30여 종이 있다. 사향노루 산양 하늘다람쥐 수달 등도 볼 수 있다.

▼자연사박물관 고층습원 대암산 용늪▼

강원 양구군과 인제군의 경계에 위치한 대암산(1310m)은 산자락부터 정상까지는 바위들이 펼쳐진 험한 산이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마치 잔디 깔린 아담한 축구장처럼 보이는 '용늪'이 나타난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가는 곳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용늪이 해발 1280m의 고지대에 형성된 습지로, 연중 온도차가 크고 안개일수가 많은 지역적인 특징으로 인하여 습도가 높고 증발량이 적어 자연스럽게 늪지가 형성되있다. 금강초롱, 끈끈이 주걱 등 세계적 희귀식물 191종과 복숭아순나방 등 224종의 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1970년대에 이곳에 군인들의 체력단련을 위한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용늪의 상당부분이 파괴되어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1989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1997년 3월 우리나라 람사 습지 1호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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