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진정한 명품의 조건… “브랜드 철학에 예술을 입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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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만난 명품

이달 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프라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프라다 코믹스 컬렉션’ 칵테일 파티에 참석한 셀러브리티들. 코믹스 컬렉션의 의상과 백을 착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모델 박지혜, 김진경, 윤소정, 송해나, 안아름. 프라다 제공
이달 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프라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열린 ‘프라다 코믹스 컬렉션’ 칵테일 파티에 참석한 셀러브리티들. 코믹스 컬렉션의 의상과 백을 착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모델 박지혜, 김진경, 윤소정, 송해나, 안아름. 프라다 제공
평범한 상품과 예술적 가치를 담은 명품을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아트디렉터 조혜덕은 저서 ‘명품의 조건’에서 “브랜드 철학과 그 철학이 담긴 예술이 사람들과 소통할 때 진정한 명품이 탄생한다”고 했다.

명품은 단순히 실용적인 기능만 충족하지 않는다. 명품은 최고의 재료와 기술, 디자인과 이야기를 예술을 통해 담아낸다.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브랜드 이미지와 철학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예술가와의 협업을 선택하는 이유다.

여성, 휴머니즘, 프라다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녹여낸 프라다의 ‘코믹스 컬렉션’. 프라다 제공
여성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녹여낸 프라다의 ‘코믹스 컬렉션’. 프라다 제공

프라다의 2018 SS(봄여름) ‘코믹스 컬렉션(Comics Collection)’은 제품을 통해 확고한 메시지를 고객에게 알렸다는 점에서 명품과 예술의 시너지 효과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라다의 수석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는 브리짓 엘바, 조엘 존스, 스텔라 루나, 지우리아나 말디니, 나쓰메 오노, 에마 리오스, 트리나 로빈스, 피오나 스테이플 등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8명의 작품을 셔츠와 팬츠, 아우터는 물론 슈즈와 백에 녹여냈다. 특히 여성 컬렉션에는 역동적이고 거침없는 영웅의 모습을 한 여성을 담아 ‘페미니즘’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남성 컬렉션에는 가상현실과 코믹, 공상과학과 휴머니즘을 담았다.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그대로 스며든 프린트와 프라다만의 상징적인 나일론 소재, 심플한 코튼 소재 등을 조합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프라다 코믹스 소가죽 스니커즈.
프라다 코믹스 소가죽 스니커즈.

프라다 코믹스 사피아노 지갑.
프라다 코믹스 사피아노 지갑.

프라다 코믹스 나일론 백. 프라다 제공
프라다 코믹스 나일론 백. 프라다 제공

프라다는 서울 강남구 프라다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팝아트 전시회’ 같은 컬렉션을 진행한다. 협업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장식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건물 외벽과 매장 공간도 이번 시즌 프라다만의 특별한 메시지를 예술로 승화하는 데 큰 몫을 한다.

내 손 안의 갤러리, 루이비통

루이비통의 ‘마스터스(Masters)’ 컬렉션을 지니고 있으면 마치 갤러리를 통째로 소유한 기분이 든다. 값비싼 회화 작품으로 아름다움을 소유하고자 했던 수세기 전의 욕망을 가장 직접적으로 해석해낸 브랜드가 바로 루이비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00년대 초반부터 스티븐 스프라우스, 무라카미 다카시, 리처드 프린스, 구사마 야요이, 신디 셔먼 등 다양한 현대 예술가와 협업한 백 라인을 선보인 루이비통은 지난해 말 미국의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와 두 번째 액세서리 컬렉션을 선보였다. 기존 라인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설적인 예술가 프랑수아 부셰, 폴 고갱,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 등의 대표 명화를 프린팅해 쿤스가 화가 각각에 대해 갖고 있는 유대감을 표현했다.

루이비통이 미국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와 협업해 내놓은 마스터즈 컬렉션. 루이비통 제공
루이비통이 미국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와 협업해 내놓은 마스터즈 컬렉션. 루이비통 제공

가방의 가운데에는 시대 속으로 사라진 이들 거장의 이름이 적혀 있다. 가방 하단에는 생존해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프 쿤스의 이니셜이 박혀 있다. 가방 내부에는 그림의 원작자인 거장들의 약력이 새겨진 가죽 조각도 숨어 있다. 이 가방을 손에 드는 사람들은 거장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일까, 제프 쿤스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예술을 소유하는 특권을 누리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과거와 현재의 몽환적인 이음새, 구찌

구찌의 2018 봄여름 광고 캠페인 ‘유토피안 판타지’ 중 프란치스코 고야의 판화 작품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를 떠올리게 하는 일러스트(왼쪽). 구찌는 이달에도 뉴욕과 밀라노의 건물 벽에 일러스트를 그리는 ‘아트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가운데 및 오른쪽). 구찌 제공
구찌의 2018 봄여름 광고 캠페인 ‘유토피안 판타지’ 중 프란치스코 고야의 판화 작품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를 떠올리게 하는 일러스트(왼쪽). 구찌는 이달에도 뉴욕과 밀라노의 건물 벽에 일러스트를 그리는 ‘아트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가운데 및 오른쪽). 구찌 제공

이탈리아 밀라노의 코르소 가리발디의 라르고 라 포파(Largo la Foppa)와 미국 맨해튼 소호의 라파예트 스트리트(Lafayette Street)의 벽면에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몽환적인 작품이 등장했다.

구찌는 지난해부터 스페인 아티스트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과 함께 진행했던 ‘아트월 프로젝트’를 올해 2월에도 선보였다. 밀라노 아트월에는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과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의 ‘쾌락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그렸다. 누구나 어디선가 봤을 법한 유명 명화 속 인물들에 구찌의 2018 SS 컬렉션 의상과 액세서리를 착용시켜 마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것 같은 교묘한 효과를 냈다.

구찌는 지난해 12월에도 몬레알과 함께 기프트 기빙 카탈로그 북 작업을 했다. 그 중 한 작품이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녹색 소파 위에 고양이들이 앉아 있는 일러스트였는데 벽에는 톱니바퀴 모양의 거울이 걸려 있었다. 회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뒤편 벽에 걸려있던 거울의 오마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속 거울에는 부부의 뒷모습과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모습이 반사돼 있었지만 카탈로그 북 속 거울에는 이 장면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고 있는 한 남성이 비쳐 있다는 점이 다르다.

과거 사람들이 예술작품을 보며 느꼈던 동경과 미적 충족감을 현재의 우리들은 럭셔리 브랜드의 컬렉션을 보며 느끼고 있다. 이 브랜드들은 예술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그들이 과거의 미적 가치를 현재로 이어오는 이음새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당당히 내세우고 있다. 이번 시즌 럭셔리 브랜드들이 선보인 컬렉션은 ‘예술’이라고 불려도 손색없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프라다#루이비통#구찌#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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