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웰타임 사옥, '파격의 美'한국 건축물 새도전

  • 입력 2001년 12월 25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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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이런 건축물이 가능하구나!”

국내에 파격적인 건축물이 등장했다. 최근 준공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웰타임 사옥.

지하 1층, 지상 5층 짜리 이 건물은 우선 그 겉 모양이 독특하다. 건물 외부는 불규칙한 사각형 알루미늄판이 다양한 각도로 이어져 있다. 잘 들여다 보면 일그러져 있다. 물결처럼 출렁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흐느적 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보면 알루미늄판이 무너져 내린다는 착각 혹은 환상에 빠지게 한다.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부정형(不定形)의 자유분방함이 가득하다.

이 건물은 건축가인 공철 Kc건축사무소장(37)이 설계한 작품이다. 일단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과감함이 눈길을 끈다. 건축물이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뚜렷하게 알리는 셈이다.

알루미늄 판과 판 사이는 유리다. 낮에는 그 유리를 뚫고 햇빛이 내부로 들어온다. 그것은 토막난 햇빛이 빗물처럼 뚝뚝 떨어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 토막난 햇빛이 다소 산만할 수 있지만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밤이 되면 알루미늄판 사이 유리로 건물 내부의 불빛이 새나온다. 그 모습 역시 아름답고 세련됐다. 그래서 건물은 전체적으로 현대적이고 감각적이다. 특히 낮의 햇빛과 밤의 불빛이 알루미늄의 금속성과 어울리면서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현대적인 최첨단 감각을 전해준다.

보수적인 토양의 한국 건축에서는 전혀 새로운 시도다. 따라서 건축가나 건축주의 안목과 배려가 돋보인다. 파격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공 소장이 건축주인 웰타임 코리아로부터 설계를 의뢰받은 것은 지난해 8월. 늘 건축의 새로움을 시도하던 공 소장은 이러한 파격적인 건물을 제안했다. 처음부터 건축주가 이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건축물 모형 등을 만들어 한달간 설득한 끝에 건축주도 결국엔 기분좋게 받아들였다. 9월부터 설계에 들어가 지난해 12월 설계를 마쳤고 지난달 말 건물이 완공됐다. 총 건축비는 약 8억원.

공소장은 “불규칙한 선과 면이 조합된 복잡한 외관을 통해 사람들의 상상과 호기심을 유발하고 싶었다”고 설계 의도를 설명한다. 건축은 엄숙하기보다는 즐겁고 유쾌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에서였다. 그는 한국의 전통 도자기에서 이번 건축물 설계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우리 도자기를 잘 들여다보면 좌우 상하가 조금씩 불균형합니다. 좀 일그러졌다는 말인데 특히 백자가 더욱 그렇습니다. 그것은 정교함보다는 자연스러움 혹은 자유분방함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건축도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공 소장의 이번 건축은 한국 현대 건축의 획일성을 극복하기 위한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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