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보테로 “예술작품은 사람들에게 슬픔보다 기쁨의 감정 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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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10월 4일까지 앙코르展 페르난도 보테로 e메일 인터뷰

1989년작 ‘The First Lady’. 보테로는 “내 아티스트적 과장은 사물과 인체의 양감에서 나타난다. 조토, 마사초,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등 존경하는 작가들도 양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제공
1989년작 ‘The First Lady’. 보테로는 “내 아티스트적 과장은 사물과 인체의 양감에서 나타난다. 조토, 마사초,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등 존경하는 작가들도 양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제공
《 6년 전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2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 모으며 큰 호응을 얻은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80·사진)의 앙코르 전시가 10월 4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02-580-1300)에서 열린다. 유럽과 미국의 여러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옛 거장들의 작품을 베껴 그리면서 독학으로 그림을 익힌 보테로는 인체를 풍만하게 과장해서 그리는 등 특유의 유머를 통해 남미의 정서를 표현한 화가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90점을 선보인다. 그리스의 작업실에 머물고 있는 그를 e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

―많은 이들이 당신의 그림에 대해 ‘쉽게 다가가 편안하게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인기의 이유가 있다면….

“나는 그림이 그 자체만으로 누군가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작가가 표현하려 한 바를 보는 이에게 충실히 전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예술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보다 기쁨의 감정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내 그림이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1998년작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를 따라서’(부분). 예술의전당 제공
1998년작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를 따라서’(부분). 예술의전당 제공
―위트를 가미한 요소 역시 이채롭다. 1978년작 ‘과일이 있는 정물’ 하단의 살짝 열린 서랍 속에서 삐져나온 실 뭉치 가닥처럼, 생뚱맞아 보이는 디테일이 재미를 준다는 의견이 있다. 의도적으로 작품에 삽입한 것인가.

“작품 속 모든 요소는 그곳에 위치해야 하는 조형적 이유를 갖고 있다. 형태 구성의 한 부분일 수도 있고, 어떤 특정한 색을 담아내기 위한 구실일 수도 있다. 내 그림은 정물화가 아니다. 모두 상상의 산물이다. 나는 오브제를 눈앞에 놓아두고 그리지 않는다. 뚜렷한 형태를 가진 그림을 그리지만 추상 화가처럼 이미지를 구성한다. 캔버스 안에 포함시킬 요소를 정해놓고 상상으로 그리며 조합한다. 인물화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내 작업 방식의 핵심이다.”

―주로 유럽에서 머물며 활동하지만 작품에 나타난 배경은 당신의 고향인 콜롬비아의 자연과 도시를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있다. 그렇게 의도한 것인가.

“나는 콜롬비아 밖에서 65년을 살았지만 100% 콜롬비아 사람이다. 15년 동안 뉴욕에 거주했지만 미국적인 주제나 이미지를 표현한 적은 없다. 예술가는 자신의 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내 뿌리는 남미다. 콜롬비아에서의 20년이 내 모든 감성의 근원이다.”

―2000년작 ‘거리’에 부유층으로 보이는 백인 여성이 흑인 소년의 손을 잡고 골목을 걷는 모습을 그렸다. 실제로 목격한 현실 속 장면을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당신이 상상한 이상향의 이미지인지 궁금하다.

“여성이 백인인 이유는 손을 잡은 아이가 흑인임을 강조해서 표현하기 위한 ‘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상상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하늘을 나는 사람을 그리진 않는다. 여느 화가들처럼 내 방식대로 사실을 ‘과장’할 뿐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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