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48〉납작한 몸 풍성한 맛, 광어와 가자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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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회.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광어와 가자미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물어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답을 못한다. 가장 쉽게는 광어는 왼쪽, 가자미는 오른쪽에 눈이 달려 있다는 걸 기억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도 한국과 일본 해안에서 잡힌 경우이고 미국과 알래스카 지역은 다르다. 막 태어난 광어, 가자미는 다른 어류들과 모양새가 비슷하다가 약 6주가 되는 시점에 바닥에 잘 적응해 살 수 있도록 몸도 평평해지고 눈도 자리 잡게 된다.

좀 더 전문적인 구별 방법은 입 주위를 본다. 광어는 몸을 재빠르게 움직여 전갱이나 멸치를 잡을 수 있도록 입도 크고 거친 이빨을 가졌다. 반면 가자미는 작은 새우나 갯지렁이를 먹이 삼아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입 부분이 도톰하고 살이 연하다.

일본에서 광어는 고급 생선에 속해 주로 회(사시미)나 스시로 사용된다. 지느러미 부분은 ‘엔가와’라 부르며 인기가 있다. 부레가 없는 대신 지느러미를 이용해 이동하기에 쫄깃하고 단맛이 일품이다.

가자미는 대중적인 생선으로 조림과 튀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한다. 오래전 방송에 출연할 때 가자미식해를 촬영한 적이 있었다. 나는 처음엔 달콤한 식혜로 생각했다. 말만 듣고 가자미로 만든 식해를 상상할 수도 없을 때였다. 조와 고춧가루, 가자미의 조합도 놀랍지만 발효과정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숙성된 맛의 조화가 놀라웠다. 이제는 나도 종종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일본 에도시대에는 도미, 잉어, 아귀, 가자미 순으로 생선을 선호했다. 하지만 요리 체계가 정립되면서 생선은 접시에 놓을 때 머리가 왼쪽에 놓여야 한다는 이유로 가자미의 인기가 떨어지게 되었다.

사촌 격인 핼리벗, 터봇이라 불리는 서양 어종은 1.5∼3m로 크다. 서양 요리에서는 살코기만을 잘라 스테이크처럼 조리한다. 회전초밥집의 엔가와는 이 생선을 주로 이용한다. 남은 생선살은 가자미처럼 조리된다. 가자미는 발육기간이 길고 선호도가 높지 않아 양식하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광어는 대부분 양식이며 배 부분에 검은 반점이 보이지만 자연산은 반점이 없다.

내가 런던과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시절 점심의 주 메뉴는 생선이 많았다. 팬 프라이나 구이를 한 후 레몬즙과 허브 다진 것들을 넣은 가벼운 식사로 즐긴다. 매일 아침 도미, 연어, 아귀, 넙치 등 약 100kg의 생선이 배달되는데 도착 즉시 손질한 후 조리 준비를 한다.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내가 서양요리를 하면서 안타까웠던 점은 생선의 살만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버려지는 생선의 머리나 내장, 특히 엔가와 부분을 따로 분리해 두었다가 사시미나 덮밥을 해 먹었다. 매일 맛있게 먹는 나를 쳐다보는 스태프의 가자미눈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튀기고 조려 같이 먹기 시작하면서 그들도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먹어 보고 맛의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어떤 방식으로 조리하든 맛만 있으면 최고의 요리가 아닐까. 40년 전 캘리포니아롤이나 퓨전 요리가 시작되기 전 얘기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광어#가자미#엔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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