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차돌박이, 씹으면 입안 가득 고소한 육즙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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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담다’의 차돌양지전골. 이윤화 씨 제공
‘미각담다’의 차돌양지전골.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몇 해 전 발골 전문가를 만난 곳은 충남 예산의 광시라는 한우 동네였다. 10대부터 시작한 발골이 50년이 넘었다는 발골 장인은 만만해 보이는 작은 칼 하나로 도축 후 4도 분체(分體)된 소 덩어리에서 뼈, 지방 그리고 살을 발라냈다. 소 한 마리 해체 완성에 불과 1시간 남짓이 걸렸다. 빈틈없고 노련한 발골 과정은 숨을 죽이게 했다. 평소 접하는 각종 고기 요리의 밑단에서 이런 과정이 이뤄짐에 그저 소리 없이 감탄의 마른침을 삼키며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7번 채끝 부위를 보면 소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단다. 등뼈 끝 연골색이 하야면 어린 소라는데, 노화가 되면서 인간이나 소나 누렇게 돼가는 거겠지 싶었다. 소의 등심 단면이 등급 판정 기준이 된다는 것도 배웠고 내장 안쪽에서 내장보를 잡아주는 부위는 팔에 끼는 토시 크기라 토시살이 되었다는 유래도 덤으로 얻었다. 그러던 중 발골 장인이 ‘껌 보여줄까’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젤로 고소한 껌은 차돌박이 껌이여”라는 것이 아닌가. 옛날에는 발골하면서 차돌을 얇게 썰어 그 자리에서 생으로 먹곤 했단다. 질기지 않으냐는 말에 오래오래 씹는 껌으로는 그만이란다. 생으로 먹을 정도로 고소함의 극치가 차돌박이구나 싶다.

차돌박이는 과거 진한 고기 국물을 내는 대표 부위인 양지 옆에 있어 그냥 묻히거나 양지와 더불어 휩쓸려 먹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러다 고기 마니아 소비자들을 탐닉하게 만들고자 하는 외식업자들이 남다른 부위로 전문 구이를 만들어 차별화를 꾀하다 보니 차돌박이와 같은 독특한 형태가 사랑받게 되었다.

한국인은 대개 냄새가 안 나고 부드럽고 기름이 적당히 퍼져 있는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기름 적당히’에 적합한 마블링은 소위 비싼 스테이크나 고깃집에서 주로 만나는데, 고른 마블링은 아니지만 화끈하게 기름이 둘러싼 차돌박이는 삼겹살의 기름살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불판에서 바로 익기에 급한 성격의 고기쟁이들에게는 더없이 딱 맞는 부위임에 틀림없다.

‘더더차돌감바스’는 차돌박이구이를 다양한 소스와 함께 즐길 수 있고 차돌박이DIY초밥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등 다양한 매칭 궁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맛집이다. ‘미각담다’의 차돌양지전골은 양지의 깊은 육향 국물에 차돌박이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화려한 전골이다. ‘마포옥’의 차돌탕은 설렁탕을 오래 끓여온 실력으로 두툼한 차돌박이를 살살 녹는 부드러운 고기맛과 국물로 변신시켜 놓았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더더차돌감바스.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북로7길 26. 차돌박이코스(2인) 3만9000원

○ 미각담다. 서울 관악구 봉천로62길. 차돌양지전골 3만5000원

○ 마포옥. 서울 마포구 토정로 312. 차돌탕 2만4000원.
#차돌박이#차돌감바스#차돌양지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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