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뇌가 건강해지는 춤의 마법… 다 함께 ‘쉘 위 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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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춤추고 싶다/장동선, 줄리아 크리스텐슨 지음·염정용 옮김/416쪽·1만7000원·아르테

뭐랄까…. 이 책은 ‘바람’ 같다.

일단은 산뜻하다. 뇌 과학자와 신경과학자의 공저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발랄하다. 이렇게 말하면 기존 과학서적을 폄하하는 게 될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아무리 재밌는 과학책도 싱긋이 미소가 번지는 일은 없다. 그런데 ‘뇌는…’은 읽다 보면, 쓰윽 어깨가 가벼워지고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춤바람이라도 난 듯이.

자, 저잣거리 약장수에게 홀릴 맘으로 페이지를 넘겨 보자. 이토록 춤을 상찬한 책은 개인적으로 본 적이 없다. 인류의 태생부터 함께했다는 댄스는, 한마디로 만병통치약이다. 뇌와 몸과 영혼을 건강하게 만든다. 심장 척추 관절을 튼튼하게 만들 거라는 건 예상 가능할 터. 여기에 인간의 뇌에 개운한 리듬을 전달하고, 몸에는 도파민이 분비되며, 체취에는 페로몬이 배어나온다. 게다가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과 공감능력까지 높여준다. 설마 과학자들이 ‘뻥’을 칠 리도 없고. 이 정도면 100년 묵은 산삼을 캐러 갈 이유가 없다. 우리 모두 춤을 추자, 오예!

하지만 남실남실 기분을 북돋우는 ‘뇌는…’은 또 엔간히 힘 빠지게 만드는 구석도 있다. 배 나온 아저씨들이 운동 좋은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사는 게 팍팍하다 보니 춤이라곤 술 먹고 노래방에서 흐느적거리는 거 말곤 배운 적이 없어서다. 물론 여기에 게으름과 주변 시선도 플러스. “아니, 이렇게 좋은 걸 왜 안 해요?”라고 저자들은 토끼 눈을 뜨지만, 우리네 시선에선 “속 편한 소리하고 앉았네” 하는 삐죽거림이 튀어나온다. 뇌는 춤추고 싶은 ‘바람’을 가졌는지 몰라도, 삶이 언제나 바람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속 좁게 굴었지만, ‘뇌는…’은 참 리드미컬하다. 다소 ‘과학책’답지 않긴 해도, 이렇게 과학자들이 독자와 같은 눈높이에서 손 내미는 모습은 너무 보기 좋다. 춤의 ‘ㅊ’도 모르지만 왠지 이끄는 대로 몸을 맡겨 보고 싶다. 하지만 뭣보다 중요한 건, 읽은 뒤에도 정말 한 발 스텝을 뗄 수 있는가이다. 문득 영화 ‘쉘 위 댄스’가 다시 보고 싶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뇌는 춤추고 싶다#장동선#줄리아 크리스텐슨#쉘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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