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인공지능 시대를 위한 성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반야심경’ 삼장법사 현장 번역본

김영호 미술사가·중앙대 교수
김영호 미술사가·중앙대 교수
인공지능의 시대, 학계에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가 신경미학이다. 현대 뇌과학 분야의 권위자 세미르 제키가 주창한 신경미학은 과학과 철학을 아우르며, 인간의 정신 체계를 관장하는 뇌의 작용과 그 원리를 실증적으로 파악하려 한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독일의 인지심리학자 헬무트 레더가 주도하는 연구팀에 의해 ‘미적 경험 모델’로 구체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과학과 철학의 융합된 실험의 결과에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놀라운 지적 통찰에도 불구하고 삶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만나는 대안적 고전이 바로 반야심경의 공(空)사상이다.

왜 반야심경이 인공지능 시대의 대안인가? 설법의 목표가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의 괴로움을 없애 적멸과 열반으로 이르는 가르침이다.

반야심경은 인간 존재를 다섯 가지 요소인 오온(五蘊)으로 분류한다.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이 그것이다. 색은 육체를 지시하며 수, 상, 행, 식은 정신작용에 해당된다. 여기서 놀라운 가르침은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것이다. 물질계와 정신작용의 실체가 모두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물질은 물론 느낌, 생각, 의지, 분별 작용 모두가 공하다는 설법은 노장의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논법과도 상통한다. 반야심경은 오감의 기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도 연기법을 도입해 모든 존재가 맥락적 의미체라는 점을 밝혀내었다.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은 본문의 내용을 총괄적으로 신비롭게 나타낸 주문이다. 내게 이 구절은 관계의 삶을 이해하고 공동체의 미래를 제시하는 명언으로 다가온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가세 가세 넘어 가세 모두 넘어가 깨달음을 이루세.
 
김영호 미술사가·중앙대 교수
#반야심경#신경미학#공 사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