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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관]‘폭력’을 감내해야 한다면 차라리 ‘식물’이 되길…‘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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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관]‘폭력’을 감내해야 한다면 차라리 ‘식물’이 되길…‘채식주의자’

김지영기자 입력 2017-07-17 15:29수정 2017-07-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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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꼿꼿하게 물구나무서 있던 영혜의 모습을 떠올린다. 영혜는 그곳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숲 어디쯤이라고 생각했을까. 영혜의 몸에서 검질긴 줄기가 돋고, 흰 뿌리가 손에서 뻗어 나와 검은 흙을 움켜쥐었을까. 다리는 허공으로, 손은 땅속의 핵으로 뻗어나갔을까. 팽팽히 늘어난 허리가 온 힘으로 그 양쪽의 힘을 버텼을까.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영혜의 몸을 통과해 내려갈 때. 땅에서 솟아나온 물은 거꾸로 헤엄쳐 올라와 영혜의 샅에서 꽃으로 피어났을까. 영혜가 거꾸로 서서 온몸을 활짝 펼쳤을 때. 그 애의 영혼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한강 ‘채식주의자’ 중 일부

영혜는 육식을 거부한다. 육식이란 ‘세상의 모든 폭력’에 대한 상징이다. 아버지가 영혜의 입에 고기를 쑤셔 넣는 폭력적 행위를 가하지만 영혜는 이에 대해 온몸으로 저항한다.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영혜가 식물이 되는 모습을 영혜의 언니가 상상하는 장면은 지극히 슬프고 아름답다. 세계가 가하는 폭압을 감내해야 하는 영혜가 차라리 그렇게 식물이 되길, 독자들도 소망하게 된다.

작고 가냘픈 몸의 작가이지만 소설 이야기를 할 때면 한 씨는 얼굴을 환하게 빛낸다. 집필할 때 “그 작품처럼 살아내느라고” 소설 한 편을 끝내면 탈진할 정도라면서도 “너무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다시 컴퓨터 앞에 앉게 된다”며 수줍게 웃곤 했다. 그는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뒤 세상과의 연락을 접고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차기작 역시 작가 자신을 남김없이 몰아붙이는 작품일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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