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 대한 감정은 韓-美 똑같은 것 같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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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숙씨 인터뷰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이 미국에서 공식 출간된 5일 소설가 신경숙 씨는 “22세에 등단해 30년이 다 돼 가는데 신인 같은 느낌이 든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뉴욕 한국 총영사관에서 만난 신 씨는 “그동안 한국문학번역원 등이 미국에 한국문학을 꾸준히 소개해 왔고 그 덕분에 한국문학을 읽은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에서 ‘엄마를 부탁해’의 인기가 높은데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보는가.

“엄마라는 존재를 잊어버리고 사는 현대 문명의 ‘코드’와 접촉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똑같은 것 같다. 내 책에서 엄마를 찾는지, 못 찾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번역본이 공식 출간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데자뷔(deja vu·최초의 경험인데도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 같은 느낌이 든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독자나 미디어 반응도 한국과 비슷하다. 미국 출판시장에서 번역 작품은 3%도 되지 않는다는데 내 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기쁘다.”

―그동안 만나본 미국 독자들의 반응을 소개해 달라.

“북클럽 등에서 낭독회를 하며 미국 독자들을 접했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엄마와 화해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엄마에게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신경숙 작가만의 언어, 글의 맛이 있을 텐데 번역돼 나온 영문판이 그 맛을 제대로 살렸다고 평가하나.

“크노프사가 1년 넘게 작업을 했고, 일차적으로 번역이 좋았다. 그러고도 소화가 되지 않은 것은 너무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조금 달라진 점은 있을지 모르지만 가장 가깝게 옮기려 번역자도, 나도 노력했다.”

―미국 생활을 작품으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방문자로서의 이곳의 경험이 ‘날것’으로 쌓이고 있다. 많은 사람의 얘기를 귀담아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곳의 경험과 생각들이 작품 속에 반영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외국 출간을 겨냥한 글쓰기 작업을 할 생각은 없나.

“내 모국어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어떻게 다른 나라 독자를 위해 맞춰 쓸 수 있겠나.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문학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전개됐고 그 결과가 미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엔 교재가 없어서 수업을 못했는데 지금은 많은 단편이 영문으로 소개돼 있다. 지금 객원연구원으로 있는 컬럼비아대에서 내 작품 ‘딸기밭’의 번역본을 가지고 수업을 했는데 수강생들이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질문을 해 흡족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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