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문화

[한국 사는 지구인]①‘잇유어김치닷컴’ 사이먼-마티나 부부…“불판위 계란찜 동영상 대박!”

동아일보

입력 2011-02-15 16:30:06 수정 2011-06-08 10:22:04

●"한국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비디오에 담습니다."
●"2NE1과 빅뱅은 북미에서도 성공하리라 믿어요"


캐나다인 사이먼(28)과 마티나(29)는 낯선 땅 한국에서 스타로 거듭난 부부다. 전세계에서 수백만의 누리꾼들의 그들의 한국관련 비디오에 열광하고 있다.
마티나(29)는 자신이 어릴 적 특별할 것 없는 캐나다 소녀였다고 말한다. 실제 그녀가 보여준 한국 입국 사진은 평범 그 자체였다.

단 꿈만은 특별했단다. 부모님이 선생님이었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토론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던 그녀는 시연구회에서 천생의 배필인 사이먼(28)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대학을 졸업한 2008년 한국에서 영어 선생님을 뽑는다는 뉴스를 접하고 귀가 솔깃했다. 당초 그녀가 원한 조건은 '사립이나 학원이 아닌 공립학교'란 단 한가지였는데, 당시 한국의 '원어민 영어교사 초청프로그램'이 그녀의 목표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남편인 사이먼과 함께 인천공항 발을 내딛게 됐다.

한국으로 향할 무렵 남북한의 정세는 꽤 험악했다고 한다. 캐나다의 지인들은 그렇게 위험한 나라에 왜 가냐고 아우성이었다. 실제로 조금은 긴장된 상태로 입국해 경기도 부천에 짐을 풀었는데 너무도 편안한 한국인들 표정에 조금은 당황하기도 했단다.

입국하자마자 이들 부부가 시작한 것은 비디오를 촬영하는 것이었다. 낯선 세계에 당도한 자신들의 표정을 담아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을 안심시켜주기 위한 일종의 '생존방식'이었다. 2008년 5월31일 싸구려 디카로 촬영한 부천의 '순두부찌개'가 유튜브에 오른다. 그것이 역사의 시작이었다.

"우리는 영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한국에 입국할 당시만 해도 웹사이트를 어떻게 만들고 관리해야 할지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닥치게 되니까 다 하게 되더군요(웃음). 왜 비디오를 만들었냐고요? 처음에는 글과 사진을 쓸까 했는데 부모님이 그냥 비디오로 보는 게 더 편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들의 촬영카메라는 고급으로 바뀌었고 그들의 표정은 '잔뜩 긴장한 외국인'에서 '도도한 헐리우드 영화배우'처럼 자연스러워졌다. 3년간 약 200여개의 비디오가 유튜브에 등록됐을 정도로 열심이 촬영하고 편집하여 한국을 그대로 누비고 다닌 것이다.

이들이 만든 비디오 블로그 사이트 '잇유어김치닷컴' 유익한 한국문화를 즐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을 소개하는 최고의 영문(英文) 비디오 블로거

이들은 아예 '잇유어김치닷컴(www.eatyourkimchi.com)'이란 개인 사이트를 만들어 한국에 사는 최고의 스타 블로거로 거듭났다. 부천의 학생들은 그들의 비디오로 영어공부를 할 정도이고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그들의 비디오는 최고의 한국 가이드로 부상했다.

"'잇유어김치'의 뜻이요? 캐나다 어린이들이 식탁에서 맛이 좋은 고기나 감자 등을 주로 먹으면 어머니께선 '잇유어베지터블(ear your vegetable!)'이라고 충고하시거든요. 말 그대로 '김치=한국문화'를 즐기라는 의미에요. 정말 고심해서 지은 표현인데 너무들 좋아해주시니 '대박'이 난거죠."

이들의 블로그를 정기적으로 찾는 사람은 전 세계 130여개 국가 3만 명이 훌쩍 넘는다. 이미 비디오 조회수만 700만회에 달한다. 페이스 북이나 트위터 등 SNS을 타고 방문자가 급증하다보니 아예 사이몬은 더 이상 공립학교나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지 않고 전업 블로그로 활동 중이다.

이들이 만든 한국관련 비디오는 한마디로 재미있고 유익하다. 비디오 퀄리티 자체도 너무 좋아서 지금 공중파로 방영된다고 해도 아무런 어색함이 없을 정도다. 당초 한국의 음식과 생활에 대한 촌평으로 시작한 이들의 비디오 블로깅은 어느새 한국어, 한국 교육제도로까지 발전했고 최근에는 한국의 최고 인기상품인 케이팝(한국대중가요)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들이 한국에서 블로깅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자신들이 만든 비디오를 접하고 실제로 큰 도움을 얻게 된 경우다. 그들이 꼽는 한국에서의 최고의 순간은 지난해 어떤 외국인 여성분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면서 건넸던 환호성이었다고 한다.

"오마이갓! 정말 당신들이에요? 정말 당신들이 여기 있군요. 한국에 오기 전에 얼마나 당신 비디오를 애청해 왔는데요…."

학생들에게 서스럼 없이 다가서는 마티나는 부천에서 가장 인기 높은 영어교사로 활약중이다.
■"마포 갈비집에서 등장한 계란찜은 그야말로 판타스틱"

그들의 컨텐츠는 말 그대로 종횡무진이다. 한국인이라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일상생활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심각한 문화적 충격이자 세계에 없는 한국만의 독특하고 창의적인 문화다. 그들이 받은 문화충격은 그대로 비디오로 담긴다. 오피스텔 바닥에 들어오는 난방시스템(온돌)에 대한 내용과, 맵고 달콤한 떡볶이 심지어 마포의 한 갈비집에서 불판위에 주전자로 동그랗게 계란찜까지도 '컬처쇼크'로 평론의 대상이 된다.

"정말 판타스틱하지 않나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그렇게 창의적인 계란찜은 찾아볼 수 없을 거에요. 대박이에요."

실제 그들이 포착한 한국의 일상은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시각과 비슷한 '감탄'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비디오는 마티나가 일하는 부천여고 학생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내용이었다. 외국인의 눈에는 여고생들이 점심시간에 삼삼오오모여 양치질을 하는 모습이 신기했고, 수능 시험 날 응원과 함께 선배들에게 큰절을 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붙임성 좋은 마티나는 최고의 영어 선생님으로 인정받는다. 이미 그녀를 거쳐 간 제자들만 수백 명이다. 거의 연극배우처럼 커다란 액션과 위트 넘치는 표현으로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 한다.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 않다.

"한국학생들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데 영어에 있어서는 너무나 부끄러움을 타는 것이 문제라고 봐요. 단순하게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인데 억지로 문법에 안 틀리려는 것에 집중하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될 리가 없죠."

사회 전반에 깔린 서구사회에 대한 열등감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사실 우리가 토론토에서 대학을 다닐 때 아시아 학생들을 보고 '쟤네들은 너무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만능 천재'라고 부러워했어요. 정말 그렇다니까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백인에 대한 조금은 열등의식이 있다는 것을 느껴요. 왜 그럴까요? 한국처럼 자신감을 가져야할 나라도 흔치 않은데 말이죠."

이들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접한 한국의 대중문화는 우선 영화였다고 한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접할 수 있었어요. '괴물'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올드보이는 지금도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해요. 이 같은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한 것을 보곤 한국에 푹 빠지게 된 거지요. 물론 지금도 최민식이 낙지를 먹는 장면은 너무나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요."

사이먼은 아예 전업 블로거로 활약하며 한국관련 컨텐츠를 계발중이다.
■"케이팝을 포함한 한국의 대중문화 세계로 뻗어나갈 것"

한창 팝스타에 관심 많은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드라마와 케이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현재는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분석한 블로그로 영어사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말 그대로 한국대중문화에 대한 영문컨텐츠는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본 중국 대만 여러 나라의 음악을 비교해 봐도 케이팝 만큼 쿨하고 섹시한 음악을 찾기 힘들었어요. 퀄리티 역시 세계적 수준이고요. 가끔씩 이해하기 힘든 패션(여장남자 같은)이나 영어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매력적이라 우리도 금세 푹 빠졌어요."

마티나가 제일 좋아하는 그룹은 '빅뱅'과 '2NE1' 사이몬은 '포미닛'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다. 한국과 일본이 좋아하는 소녀시대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패션이나 표정 그리고 스타일이 너무 단조롭다는 것. 대신 '2NE1'은 충분히 북아메리카에서도 성공하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어요. 이런 10대 어린가수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착취 시스템이고 두번째는 왜곡된 팬덤 문화라고 할 수 있어요. 어린 가수들이 하루 종일 기획사의 지시에 따라 행사를 뛰는 것도 문제일 뿐만 아니라, 뮤지션의 자존감 없이 팬들에게 굽신대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어요."

조금은 기형적인 아이돌 산업과 문화가 왜곡된 한국사회의 교육 및 경제시스템과 닮아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이런 모습들만 보완하면 십수 년이 지난 다음에는 한국의 대중문화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주류문화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초 3년을 계획하고 온 시간이 거의 다 흘렀다. 계약이 종료되면 1년쯤은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전문 블로거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후엔 중국이나 일본 등 인접 국가로 옮겨 영어를 가르치며 마찬가지로 비디오를 촬영할 계획을 세웠다.

"요즘엔 인천에 오면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우리가 운이 너무 좋았을지 몰라요.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어 감사하죠. 여기서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궁극적인 목표요? 아마도 우리의 이름을 내건 TV쇼가 생기지 않을까요?(웃음) 물론 주제는 한국을 포함한 쿨한 신세계겠지요."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 블로그




재테크 정보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국제

사회

스포츠

연예

댓글이 핫한 뉴스

오늘의 dongA.com

트위터 페이스북 마이뉴스 설정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