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인문학 돋보기로 들여다본 잡지와 문학작품 속 196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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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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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을 묻다/권보드래, 천정환 지음/664쪽·2만8000원·천년의상상

얼마 전 TV 오디션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기타리스트 신중현이 출연했다. 씨스타의 효린이 ‘커피 한 잔’(1964년)을 부르고, ‘노브레인’이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년)를 리메이크해서 연주했다. 노브레인은 “한국 록의 창시자 신중현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날 저희 같은 밴드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1960년대는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오늘의 한국’을 만든 기원이 되는 시기다.

국문학과 교수인 두 저자는 잡지와 문학 작품에 비친 1960년대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탐구한다. 저자는 “‘자유’로 상징되는 1960년의 4·19와 ‘빵’으로 표상되는 1961년의 5·16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뤄온 한국현대사의 갈등과 대립의 출발점”이라고 규정한다.

1960년대 지성계는 ‘자유주의’보다는 한국적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관념이 본격화하던 시기였다. 저자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책으로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이어령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박정희의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 최인훈의 ‘회색인’을 꼽았다. 이념적 양극(兩極)이었던 박정희와 함석헌을 비롯해 서로 다른 지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민족주의에 관한 한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동시대인이자 상호보완적 동지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1960년대 개발시대에 불어닥친 교양주의, 자기계발 붐도 살펴본다. ‘고전읽기 운동’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정권의 문화정치는 독서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 ‘고전 100선’ 같은 전집, 총서, 신서 등의 교양기획물이 발간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전혜린의 자살은 소녀들의 문학열과 실존에 대한 고민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또한 1950년대 ‘자유부인’으로 상징되던 여성들의 성해방 물결이 4·19와 5·16 이후 어떻게 남성 주도의 시대로 넘어갔는지 해석하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1960년대 사상계, 청맥 등 지식인 잡지를 중심으로 분석한 탓인지, 역사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의 사료 인용이나 TV, 가요, 민중문화 등 ‘아래로부터’의 문화현상 탐구 부분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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