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소개팅女가 화장실 들락거리면 유혹의 신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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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와 결혼의 과학
타라 파커포프 지음·홍지수 옮김/372쪽·1만5000원·민음사

저자는 17년의 결혼생활을 끝낸 이혼녀다. ‘결혼생활 중 생기는 문제들은 마음가짐의 변화로 해결할 수 있다’며 추상적인 조언들만 늘어놓는 자기계발서에 그는 분노했다. 그래서 결혼과 부부관계에 대한 생물학, 신경학, 사회학적 분석을 총정리했다. 어디서부터, 왜 모든 것이 잘못돼 버렸는지 이해하기 위해 모은 방대한 연구 자료들을 결산한 결과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결혼은 과학이다.’

책의 내용은 크게 ‘내가 왜 사랑에 빠졌을까’ ‘결혼생활 위기 대처법’ ‘행복한 결혼생활 처방전’으로 나뉜다. 사랑에 빠진 이유는 자연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결혼생활의 문제를 짚고 해결점을 찾을 땐 사회과학적 통계자료를 활용했다.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진행해온 설문조사와 부부가 대화하는 장면을 찍은 비디오 녹화, 피부 반응 측정, 심장 모니터,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의 연구를 소개한다. 저자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결혼이 오랫동안 유지될지 아니면 파경을 맞을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혼을 잘하고 싶으면 여성들은 피임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시작부터 철저히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것. 스위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신체는 자신과 아주 다른 면역 체계 유전자군(MHC)을 가진 짝을 냄새로 찾아내도록 설계됐다. 호르몬 조절 피임제는 MHC의 차이를 식별하는 본능을 약화시킨다. 실제 연구에서도 피임제를 복용한 여성은 자신과 가장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궁합이 맞지 않는) 남성을 선택했다.

유혹과 이끌림의 화학공식도 소개한다. 남성과 함께 있을 때 여성들이 끊임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건 구애 행동의 일부다. 여성이 성관계를 할 의향이 있고 자손을 낳기에 적합함을 보이는 신호다. 이런 신호를 받은 남성은 짝짓기를 하려는 비둘기처럼 의자에 등을 기대 가슴을 부풀려 보이고 턱을 치켜뜬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독신들이 많이 찾는 바, 레스토랑 등의 장소에서 남녀가 서로를 유혹할 때 보내는 신호를 분석한 결과다.

이미 결혼한 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혼자들을 위한 ‘부부싸움의 기술’도 책에 들어 있다. 부부싸움을 시작한 후 ‘첫 3분’을 보면 그들의 미래를 알 수 있다. 거친 말보다는 부드러운 말투를, ‘나’보다는 ‘우리’라는 단어를 쓰면 싸움의 성격이 바뀐다. 중요한 것은 왜 싸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싸우느냐다.

저자의 뒷심이 부족했던지 창대한 분석에 비해 해법은 미약하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분석은 과학적이지만 문제에 대한 낱낱의 해결방법은 진부하다. 저자가 제시했던 ‘상대방의 관점으로 문제를 보라’ ‘육아와 생활에서의 동등한 성 역할’ ‘부부가 흥미진진한 일을 같이 경험하기’ 등은 그가 그토록 분노했던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내용 아닌가.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만한 이유는 있다. 결혼하면 달라지는 변화에 대한 방대한 통계자료가 꽤 유익하다. 책 곳곳에 실린 실제 연구에서 사용됐던 ‘애정테스트’를 배우자(혹은 이성친구)와 함께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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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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