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고독한 유랑민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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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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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개 1, 2/리링 지음·김갑수 옮김
1권 664쪽, 3만 원·2권 728쪽, 3만3000원·글항아리

제목만 보면 유기견이 늘어나는 안타까운 현실을 다룬 책으로 오해하기 쉽다. 실제는 중국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가 쉽고 깊게 풀어쓴 ‘논어’ 주석서다. 제목은 공자(孔子)를 말한다. 성인(聖人)으로까지 추앙받는 인물을 감히 개, 그것도 집 잃은 개로 칭하다니!

이는 ‘사기’의 일화를 원용한 것이다. 예순의 공자는 흔들리는 마차를 타고 정나라로 가는 길에 제자들을 놓치고 홀로 떨어졌다. 한 사람이 공자의 제자 자공에게 동문 밖에 서 있는 공자를 묘사하며 “하반신은 상가지구(喪家之狗)처럼 풀죽은 듯 기가 꺾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 얘기를 건네 들은 공자는 “맞구나, 맞아”라고 인정했다. 보통은 상가지구를 상갓집(초상집)개로 풀이한다. 주인을 여읜 처량한 개란 말이다. 저자는 이를 집 잃은 개로 풀었다. 논어를 읽은 뒤 ‘고독’을 느꼈다는 저자는 공자에 대해 “실패와 좌절 속에 유랑하는 신세가 되어 돌아갈 집이 없는 떠돌이 개와 같았다”며 “가슴속에 어떤 이상을 품든, 현실 세계에서 정신적 가정을 찾지 못한 사람은 모두 집 잃은 개”라고 말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책의 향기#인문 사회#집 잃은 개#공자#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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