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자유시장 이론’은 신화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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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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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콘드: 탐욕 경제학의 종말/이브 스미스 지음·조성숙 옮김
616쪽·3만5000원·21세기북스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 세계 경제 위기와 혼란으로 확산되자 경제학자와 정부 기관들은 원인 분석에 매달렸다. 저자는 ‘매달렸다’를 ‘매달리는 척했다’로 독해한다. 당시의 분석이 월스트리트와 기관들의 고질적인 유착에 의해 왜곡됐으며, 근본적으로 기존의 경제학 자체가 과학의 지위를 넘보기에는 과학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자유시장 이론은 검증되지 않은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40∼80년대 경제 이론의 변천사를 살펴보며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규제 완화를 부추겨 시장을 망쳐왔다고 주장한다. 칠레를 예로 들며, 칠레 경제의 일시적 성장은 자유시장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독재체제와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그 바탕이 됐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시종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부터 월스트리트의 금융 기업들, 고답적인 이론만 들이대며 자신들의 권위를 방어하기에 급급한 경제학자들까지를 도마에 올려놓는다. 모순 가득한 현 금융체제는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라 꼬집는다.

책 말미에 저자가 드는, 생명공학의 산물인 가상의 식물 ‘X작물’의 예는 흥미롭다. 농지면적당 수확량이 많고,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하며 정력제와 강장제 기능까지 있는 X작물을 맹신하다 뒤늦게 그 부작용을 깨닫지만 이미 재편된 농업 시스템을 되돌릴 수 없듯 현재의 금융 위기에서 시스템 전체를 갈아엎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상기시키며, 선진국들은 이미 채무 기술(debt technology)에 돌이킬 수 없이 중독돼 있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 ‘이콘드(Econned)’는 현실과 떨어져 이상화된 경제학의 논리에 함몰된 금융 시스템을 비판하는 말. ‘이콘(Econ)’은 경제학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자는 이콘의 정의 같은 경제학 개념들에 순종하지 말고 대신 반복되는 금융 혼란과 기업들의 모럴해저드를 줄이기 위해 금융 시스템의 ‘상호 연결성’을 줄이는 한편으로 불법 금융 행위에 대한 처벌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금융 블로그 ‘벌거벗은 자본주의(Naked Capitalism)’의 운영자이기도 한 저자는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하고 금융 서비스 분야에 25년간 종사했다. 뉴욕타임스, 슬레이트 등의 매체에 기고해 왔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책의 향기#경제#이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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