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팽팽한 경쟁속에 행복이 있다… 달리고 또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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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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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H 러쉬!/토드 부크홀츠 지음·장석훈 옮김/364쪽·1만5000원·청림출판

청림출판 제공
청림출판 제공
《 전 세계적인 선거의 해, 정치든 경제든 ‘행복’이 화두다. 그러나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각자 답이 다르다. 이번 주에는 경제학자, 심리학자, 종교인 등이 저술한 ‘행복론’에 관한 책이 쏟아졌다. 》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현대적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지식인들은 “온 세상이 거대한 하비트레일(햄스터를 키우는 둥근 플라스틱 우리)이 되기 전에 ‘쾌락의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한다. 경쟁을 그만두고 자연으로 돌아가 ‘느림과 휴식’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 행복의 조건으로 제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주장은 도발적이다. 그는 “날이 선 채 팽팽한 긴장감 속의 ‘경쟁’이야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고 논박한다. 하버드대 교수와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을 지낸 저자는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쓴 경제학자다.

책은 우선 ‘능력 있는 고소득자나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왜 더 많이 일을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당 44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일반인보다 자영업자의 비율이 29% 더 많다. 비영리단체 근무자보다는 63%나 많다. 저자는 “돈보다는 도전과 경쟁의 스트레스가 도파민(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하고, 스스로 삶을 통제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 행복감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연금제도가 잘돼 있는 프랑스에서는 60대 남자가 50대 남자보다 80∼90% 일을 덜 한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3분의 1가량만 일을 덜 한다. 두 나라 60대 남자의 인지 능력을 비교한 결과 미국인에 비해 프랑스인이 두 배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불황과 우울이란 단어가 영어로 모두 ‘Depression’인 것에 주목한다. 일자리가 줄고, 경기불황이 길어지면 우울, 정신질환, 나치즘과 같은 사회병리 현상이 발생하기 좋은 토양이 마련된다. 실업률이 높아 여가시간이 생기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오히려 줄어든다. 저자는 “경쟁 없이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틴 셀리그먼의 실험에서 나타나는 ‘학습된 무기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쟁을 혐오하는 21세기형 행복전도사들에 대해선 ‘에덴주의자’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20세기를 거치면서 자본주의는 새로운 원죄로 자리 잡았다”며 “원죄로 인해 인간이 에덴에서 쫓겨났듯, 자본주의로 인해 인간은 에덴으로 돌아갈 길이 막힌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찾아갔던 월든 호숫가에 가서 휴대전화를 버릴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보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경쟁과 성취욕이 주는 행복을 버리고 낙원에서 살기엔 인간이 너무 진화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행복전도사들은 개인에게만 쉬어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가 쉬어가라고 처방한다”고 비판한다.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사람들이 ‘그만! 이 정도 발전했으면 됐어’라고 외쳤을까? 기원전 1년이 멈추기 좋은 때였을까? 아니면 1776년 7월 3일? 1964년 시민권 법안 투표 전날? 테디 루스벨트가 우리를 1904년의 생활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게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수도,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할 수도, 쉰 살 이상의 수명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류 경제학자이면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행동경제학, 진화생물학, 뇌과학 이론부터 르네상스 미술, 제너럴 모터스까지 수많은 이론과 일화를 들이대며 논박하는 저자의 입심은 대단하다. 그러나 주제에서 떨어진 과도한 예화 때문에 읽어내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무엇보다 경쟁이 무조건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저자도 “1994년 올림픽을 앞두고 토냐 하딩이 경쟁자인 낸시 캐리건을 습격하고, 1997년 마이크 타이슨이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은 건 올바른 경쟁이 아니다”라며 “경쟁은 규칙이 잘 지켜질 때 신뢰와 협력을 강화시킨다”고 강조한다.

●함께 읽을만한 ‘행복론’

비운의 천재가 설파한 행복학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W 베란 울프 지음·박광순 옮김
524쪽·1만7000원·매일경제신문사

“행복해질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라. 용감하게 싸우면 훌륭하고 멋진 인생이 손이 닿는 곳에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어 보라. 싸움을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도 지지 않는다.”

20세기 초 알프레트 아들러와 함께 ‘아들러 심리학’을 정립한 저자가 일상에서 행복을 앗아가는 고독, 성, 억압, 사랑, 결혼, 질투심, 허영심, 현실도피 등 온갖 문제를 진단했다. 190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했던 저자는 35세의 젊은 나이에 사고로 삶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로 불린다. 그는 전 세계가 대공황을 겪던 1931년 용기를 갖고 걸어가려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영미권이나 일본 등에서 지금도 꾸준히 팔리는 ‘행복학’의 고전이다.
당신 혼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당신은 행복한가/달라이 라마, 하워드 커틀러 지음·류시화 옮김
456쪽·1만5000원·문학의 숲

600만 티베트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미국의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가 10년 만에 다시 나눈 행복에 대한 토론. 1998년 이들이 처음 만나 나눴던 대화를 담아 ‘행복에 대한 교과서’로 사랑받아 온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의 후속작이다.

달라이 라마는 ‘혼자 행복해도 되는가,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가’ 하는 새로운 물음을 던진다. 내가 행복을 추구할 때 다른 사람의 행복은 어떻게 되는가.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행복은 어떤 관계인가. 그는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존재는 없다. 나의 행복은 타인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다.

커틀러도 “만일 당신이 행복하다면 당신은 옆집 사람이 행복해질 가능성을 34%까지 높인다”며 “행복은 한 사람의 인간관계 망에서 ‘세 다리까지 건너’ 퍼져나간다”고 설명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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