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누구나 불치의 병에 걸려 죽어, 엄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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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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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김이윤 지음/228쪽·9500원·창비

창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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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잖아. 그리고 누구나 불치의 병에 걸려서 죽어. 그러니 나는 남들 다 앓는 병에 걸린 거고, 그치?” 암에 걸린 엄마는 고교생 딸 여여에게 누누이 강조했다. 엄마는 심한 감기에 걸린 것뿐이라고, 평소와 똑같이 지내라고. 하지만 엄마와 단둘이 살아온 여여에겐 어렵기만 한 시간이다.

엄마는 시골로 요양을 떠나고 여여는 홀로 집에 남는다. 여여는 씩씩하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드럼 강습도 받고 좋아하는 선배와 데이트도 한다. 라면 한 그릇을 뚝딱 먹어치우고는 물 한 모금도 잘 못 넘기는 엄마를 떠올리며 자책하고, 학교 선배에게 속절없이 끌리는 마음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여여는 지금껏 엄마가 알려주지 않았던 아빠라는 존재를 처음 대면하기도 한다. 아빠는 “인생은 외발자전거 타기와 같다”고 했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는 외발자전거처럼 실패와 후퇴도 삶의 일부라는 거다. 여여는 외발자전거 타는 법을 몸소 익히면서 아빠의 말을 되새긴다.

누구나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 여여는 결국 엄마와 이별했다. 엄마가 그랬다. “네 안에는 빛이 있어.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모으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빛이 답을 가르쳐 줄 거야.”

이야기의 전개를 쉽게 예측할 만한 소재이지만 여여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정교하게 맞물리는 에피소드들이 강렬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상실의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여여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제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은 언젠가는 부모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내미는 위로의 손길”이라고 평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책의향기#문학예술#두려움에게인사하는법#김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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