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유기견 해리와 나눈 만남-이별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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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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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네 집/백승자 글·이지연 그림/148쪽·9500원·청개구리

청개구리 제공
청개구리 제공
열두 살 소녀 은조는 고모가 정말 좋았다. 로사 고모는 다른 어른들과는 좀 달랐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의 한 대목, 영화에 나오는 길고 복잡한 대사를 눈을 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줬다. 집안 살림이나 말싸움은 잘 못했지만 강아지 ‘해리’의 엄마 노릇이나 어려운 이웃돕기, 오지 탐험 여행은 척척 해냈다.

고모와 해리는 특별한 사이였다. 고모가 고등학생일 때 길을 떠돌아다니던 유기견을 데리고 와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그 강아지가 바로 해리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은 고모에게 해리는 동생이자 친구였다. 고모가 그랬다. “해리를 만나고 나서부터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었어. 엄마의 사랑을 받는 것도 좋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엄마 같은 사랑을 주는 것도 참말 기쁘더라….”

나이가 많이 든 해리가 여기저기 아프고 부쩍 기운이 없어지면서 고모는 안절부절못하는 때가 많았다. 결국 해리와 이별하게 된 고모의 곁에서 은조는 같이 아파하고 때로 고모에게 힘이 돼 준다.

은조와 로사 고모, 고모와 강아지 해리, 부모처럼 로사를 챙기는 은조의 아빠와 엄마…. 이 장편동화는 사랑으로 연결된 ‘관계’에 주목한다. 동물과 사람 간에도 마음과 마음이 닿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은조는 가슴 아픈 이별과 맞닥뜨리지만 슬픈 감정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삶과 죽음이 별개의 것이 아니듯 만남과 헤어짐도 맞닿아 있다는 진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이 모든 추억과 그리움이 또 우리의 남은 생애를 밝히고 키워 준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을 읽고난 뒤 아이와 함께 이 세상을 사는 소중한 순간순간에 대해 얘기를 나눠 봐도 좋겠다. 초등학교 중·고학년용.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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