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세계 7대 구조물의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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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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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혁명/데보라 캐드버리 지음·박신현 옮김/352쪽·1만5000원·생각의 나무

1858년 1월 31일, 영국 런던 템스 강에서 그레이트이스턴호가 진수(새로 만든 선박을 물에 띄우는 것)됐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배라는 사실 외에도 새로운 특징이 많았다. 목재가 아닌 철, 그것도 길이 200여 m의 철판이 3만 개나 쓰였다. 배가 가라앉지 않게 하는 이중선체, 집채만큼 높은 엔진은 혁명적인 설계였다. 이 배를 만든 이점바드 킹덤 브루넬은 엄청난 액수의 사재를 투자했고, 낮밤을 가리지 않고 몰입했다. 배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의 이름은 조선사에 남았다. 브루넬은 말했다. “헌신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바쳤으며 성공 여부에 명성을 내걸지 않았다.”

그레이트이스턴호를 만드는 데는 열 살도 안 된 수많은 아이도 고용됐다. 이중선체의 공간이 비좁아 그 안에서 작업하려면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필요했기 때문. 아이들은 뜨겁게 달아오른 못 수천 개를 박았다. 참담한 안전사고가 빈발했다. 한 아이가 죽으면 다른 아이가 고용됐다. 당시 노동자들의 평균수명은 35세를 넘지 못했고 런던이나 리버풀 같은 도시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

19세기 세상은 급변했다. 산업혁명은 철과 시멘트, 석재로 이뤄진 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같은 토대에서 탄생한 그레이트이스턴호, 벨록 등대, 브루클린 다리, 런던 하수도, 대륙횡단철도, 파나마 운하, 후버 댐 등 위대한 구조물 7개가 탄생했다. 역사가이자 영국 BBC방송국의 프로듀서인 저자는 다큐멘터리 ‘산업혁명시대의 7가지 위대한 건축물’을 제작하면서 영상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놓았다고 밝혔다.

위대한 구조물을 만들어낸 선지자들의 야심과 재능, 헌신과 노력을 책은 상세히 담아낸다. 동시에 산업화 과정에서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죽어간 수많은 노동자의 비참한 삶도 가감 없이 서술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강철은 산업을 견인했고 문명을 발전시켰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12월 타계한 ‘철강왕’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포항 모래땅에 제철소를 건설함으로써 중화학공업의 기틀을 다졌다. 이 같은 선지자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름 모를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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