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자본 위주 ‘6번째 세계화’… 그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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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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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예란 테르보른 지음·이재영 옮김/496쪽·1만8000원·홍시

우리는 지구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저자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나라나 근방에 대해서만 조금 알 뿐, 세계에 대한 인식에서는 초보자”라고 말한다.

‘세계 사회학’ 혹은 ‘세계학’으로 불릴 만한 저자의 식견은 인류가 문명발전을 통해 오늘날의 세계에 도달한 경로, 세계를 작동시키는 역학 구조, 그 속에 살고 있는 세계인들의 생애를 거쳐 우리가 미래에 만나거나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에 대한 견해로 이어진다.

저자는 21세기는 '인류는 하나'라는 자각이 역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말한다. 이는 1990년대부터 활발하게 이뤄진 시장과 자본 위주의 세계화와 관련이 깊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먼저 오늘날의 세계화가 인류 역사에서 여섯 번째 맞는 것이라며 4∼8세기 종교와 문명의 경계선을 형성한 세계화, 16∼17세기 유럽의 아메리카대륙 정복 등의 유럽 식민주의에 의한 세계화 등을 소개한다. 이어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빠뜨릴 수 없는 ‘근대성’을 분석한다. 세계가 겪었던 근대성의 경로를 유럽이 겪었던 방식 하나만으로 재단하지 않고 신세계적 경로(미국), 식민지적 경로(인도), 반응적 근대화의 경로(일본과 타이) 등으로 분류해 제시한다.

인류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으로는 △생계양식 △인구의 크기와 한정된 자연환경 사이의 관계 △인정과 지위를 얻기 위한 투쟁 △지식과 의사소통과 가치관으로 대표되는 문화 △집단적 조직에 의한 정치 등을 든다.

이처럼 세계의 역사와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을 정리한 뒤 저자는 그것들이 귀결하는 인간의 삶을 살펴본다. 세계인의 삶을 출생과 생존,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 노년기로 구분해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실상을 살핀다. 21세기 가장 이상적인 삶을 ‘북서유럽의 비권위적 부모로부터 양육 받은 뒤, 주입식 교육이 없는 핀란드식 국립학교를 다니고,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에서 교육을 받은 뒤 동아시아에서 높은 보수를 받은 성년기를 보내고 제네바 밴쿠버 같은 아름답고 네트워크가 잘 짜인 곳에서 노년을 보내는 것’으로 그려낸다.

저자가 21세기까지의 세계를 이처럼 통시적으로 살펴본 것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당분간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여전히 압도적일 것이라고 전망하며 단 머지않은 시기에 자본주의의 미래는 중국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래의 전망에 대한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세계를 수평적으로 인식하는 그의 분석틀은 유용하다. 세계 역사와 역학 구조에서 한국의 위치와 개인의 삶이 어디쯤에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자장 속에 성장한 한국적 상황에서 이는 더욱 유용해 보인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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