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랑하면 왜 괴물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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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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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 멜랑콜리아/권혁웅 지음/264쪽·1만5000원·민음사

‘황소 인간’ 미노타우로스(왼쪽)가 사는 집은 미궁이지만 방문자가 반드시 미노타우로스를만난다는 점에서 ‘우연이자 필연’을 상징한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가슴이 뚫린 채 살아가는관흉국 사람들에게선 ‘가슴에 구멍이 나다’라는 연애의 상실감을 끄집어낸다. 민음사 제공
‘황소 인간’ 미노타우로스(왼쪽)가 사는 집은 미궁이지만 방문자가 반드시 미노타우로스를
만난다는 점에서 ‘우연이자 필연’을 상징한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가슴이 뚫린 채 살아가는
관흉국 사람들에게선 ‘가슴에 구멍이 나다’라는 연애의 상실감을 끄집어낸다. 민음사 제공
어떤 오누이가 서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천제(天帝)가 분노해서 이들을 산 깊은 곳에 유배 보냈다.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오누이는 산속에서 서로 끌어안고 죽었다. 신조(神鳥) 한 마리가 이들에게 불사(不死)의 풀을 물어다 주었다. 7년 만에 부활한 이들은 몸이 한데 붙어서 두 개의 머리에 네 개의 팔이 달렸다. 이들의 후손이 몽쌍씨(蒙雙氏)다.

중국 신화에 나오는 몽쌍씨 얘기다. 저자는 기괴한 괴물이 된 오누이의 몸에서 사랑의 코드를 읽어낸다. “둘이 ‘오누이’였다는 것은 사실 형벌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그것은 둘이 한 몸에서 나서 한 몸으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사랑해서 ‘한 몸이 되다’는 비유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이들은 정말로 한 몸이 됐기 때문이다.”

신화나 전설 속에서 사랑의 상징을 이끌어내고 해석한 책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시각은 독특하다. 인간과는 거리가 먼 괴물들의 모습, 더 구체적으로는 기괴하게 생긴 그들의 몸뚱이에 내재된 사랑의 의미를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괴물들이 (자신의 몸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몸의 몸이며 사랑의 사랑이다. 모든 괴물은 순수한 멜랑콜리아(melancholia)를 구현한다. 몬스터(monster)란 본래 라틴어로 ‘보여 주다(monstere)’라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고대 신화집이자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는 일비민(一臂民)이란 족속이 있다. 팔이 하나란 뜻이지만 사실 온몸이 다 반쪽인 사람이어서, 이들은 둘이 합쳐야만 한 사람이 된다. 예멘의 산속에 사는 괴물인 니스나스도 반쪽의 몸으로 살아간다. 중국 신화 속 관흉국(貫匈國) 사람들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로 살아간다.

세상과 격리된 채 결핍된 신체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사랑의 결여를 읽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한 몸이 되다’ ‘반쪽이 되다’ ‘가슴에 구멍이 나다’와 같은 비유를 그들은 몸의 차원에서 완전하게 실현했다.”

동서양의 신화나 전설, 소설 등에 나오는 100여 개의 괴물들의 신체적 특징을 ‘이름’ ‘약속’ ‘망각’ ‘짝사랑’ ‘유혹’ 등 16개 키워드로 해석해 묶었다. 저자는 2005년 ‘태초에 사랑이 있었다’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를 정신분석의 논리로 풀어가기도 했다.

‘괴물의 몸에서 사랑의 여러 행태를 읽는다’는 접근은 신선하지만 억지스러운 해석도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한다. 신체의 앞부분은 사자, 뒤는 개미의 모습을 한 괴물 ‘미르메콜레온’이 아무것도 먹지 못해 태어나자마자 죽는 것에 대해서 ‘불가능한 첫사랑의 운명’을 연결짓는 것이나 자르고 잘라도 뱀 머리카락이 다시 돋아나는 히드라에 대해서 “해야 할 말이 있었지만 그녀의 고백은 제지당하고 부정되고 무시당했다”라는 해석 등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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