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獨 음악엔 문학의 향기가… 獨 문학엔 음악의 감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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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5일 0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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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음악의 황홀한 만남/이창복 지음/700쪽·3만3000원·김영사

“○○은 신이 인간에게 선사한 아름답고 자유로운 예술이다.”(마르틴 루터)

“현존하는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건 학문이 아니라 ○○이다.”(프리드리히 니체)

“시를 짓는 건 ○○을 만드는 것이다.”(헤르만 헤세)

세 명의 독일 대문호가 한 말에서 공통으로 들어가는 ○○은 무엇일까. 바로 ‘음악’이다. 이들에게 음악은 문학적 이상을 실현하는 최고의 수단이자 궁극의 목표였다.

이처럼 독일 예술사에서 문학과 음악의 교류는 낯선 일이 아니다. 베토벤은 실러의 시 ‘환희에 부쳐’에 곡을 붙여 교향곡 9번 ‘합창’을 완성했다. 괴테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등의 음악가들과 교우하면서 ‘파우스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등을 썼다. 괴테의 여러 시와 극작품이 이들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 베토벤은 ‘파우스트’에 곡을 붙이길 간절히 바랐지만 괴테는 이를 모차르트만이 가능한 일로 생각했다는 일화도 전한다.

원로 독문학자인 저자는 “독일 문학과 음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보편적 미학을 가질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중세로부터 르네상스와 근현대까지 독일 문학사를 정리하며 당대 문학가와 음악가가 어떻게 만나 위대한 명작을 탄생시켰는지 풀어낸다.

종교 개혁가 루터는 라틴어로 된 성가를 독일어로 쉽게 풀어내고 민중에게 친숙한 선율을 붙이면서 대중 찬송가의 문을 열었다. 괴테의 집은 젊은 음악가들에게 ‘성지순례지’로 통했고, 낭만주의 작곡가인 빌헬름 리하르트 바그너는 니체의 철학과 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다. 저자가 문학과 음악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쾰른대에서 박사 학위를 따던 독일 유학 시절. 세계 각지에서 음악을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이 실기 외에 문학 관련 논문을 제출하고, 독일 TV에서 오페라 공연에 이어 배우와 교수, 연출자, 기자들이 함께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시와 소설, 오페라,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경계 없이 넘나드는 독일의 문화 풍토가 무척 흥미로웠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바그너가 대본을 쓰고 작곡한 악극을 들으며 라인 강 신화를 공부했고,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펼쳐들고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동명 교향시를 들었다. 슈만의 가곡집 ‘시인의 사랑’을 들으며 그 바탕이 된 하이네의 연시를 읽었고,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가 성난 군중의 노래가 되어 1989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꼈다. 이렇게 오랫동안 쌓인 소중한 자료들의 결정체가 이 책이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이렇게 강조했다. “민족마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학, 음악이 있어요. 이를 개별적으로 연구하기엔 한계가 있죠. 독일의 문학과 음악을 다룬 이 책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민족의 문학과 음악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데 초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기자 역시 저자처럼 베토벤의 ‘합창’을 들으며 실러의 시 ‘환희에 부쳐’를 읽고 싶었다. 부록으로 이 책이 소개하는 주요 음악이 담긴 CD를 제공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최소한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같이 들으면 좋은 음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주요 음악작품 목록을 정리해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문호나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풀어냈지만 읽기에 쉽지는 않다. 독문학이나 음악 분야의 연구자가 상대 분야의 연구에 자료로 삼을 만한 전문적 내용이 많다. 그러나 일반 애호가들도 차근차근 파고들며 읽는다면 방대한 지식의 세례에 황홀함을 느낄 만하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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