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야구팀 성장기 속에 경영 비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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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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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권일영 옮김/264쪽·1만2000원·동아일보사

제목부터가 독특하다. 고등학교 야구팀, 여자 매니저, 피터 드러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소재가 어떻게 얽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지 첫눈에는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몇 장을 넘기다 보면 청소년 야구팀의 성장 드라마 속에 피터 드러커의 경영학 원리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 체감할 수 있다.

지난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3권을 제치고 일본에서 121만 권을 판매하며 가장 많이 팔린 ‘만약 고교야구…’가 한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이미 ‘일본 경영학 소설 열풍’으로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본보 2010년 12월 11일자 A18면 日, 경영학 소설 ‘모시…

도쿄 호도쿠보 고등학교(호도고)에 다니는 가와시마 미나미는 아픈 친구 유키를 대신해 야구부의 매니저 역할을 하게 된다. 호도고 야구부는 20년 전 딱 한 번 고시엔 대회(고시엔 구장에서 매년 봄과 여름에 열리는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에 진출한 이래 이렇다 할 성적을 내 본 적이 없는 하위팀.

첫 연습 날 부원의 4분의 3이 결석하고 감독과 선수 간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이 엉망진창 팀에 온 미나미는 매니저가 할 일을 숙지하기 위해 서점을 찾는다. 그가 구입한 책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야구부 매니저 지침서로 알고 샀지만 뒤늦게 기업 경영 지침서라는 사실을 알고 미나미는 실망하지만 ‘비싼 가격이 아까워’ 책장을 들추고 그 속에 적힌 지침들을 하나하나 야구팀에 적용시켜 본다.

책에 적힌 내용대로 착착 진행돼 흐트러졌던 야구팀이 일순간 우뚝 선다면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전개겠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기업 경영 방식을 야구부에 접목시킨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미나미와 친구들은 “기업의 존재 이유가 고객이라면, 야구부의 고객은 누구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다 “야구부의 고객이 원하는 것은 감동”이란 결과를 이끌어내고 ‘고시엔 대회 진출’이란 목표를 세운다. 조직원의 장점을 살려 야구부의 활력을 돌게 하고, 훈련 방식을 바꾸는 혁신을 도모하고, 적재적소에 부원을 배치해 인사의 효율성을 꾀했다. 미나미와 부원들도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딱히 잘난 것 없던 고교 야구부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조금씩 모양새를 갖추고 세간의 주목을 받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주변의 여러 조직이 떠오른다. 가족, 동호회, 회사 부서…. 고민하는 등장인물은 내 주변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내가 속한 조직의 문제점과 해결 방법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조직 경영이라는 거창한 수식어에 눌려 피터 드러커가 전하는 매니지먼트 조언을 부담스럽게 느꼈다면 이 ‘만만한’ 조직의 ‘보통’ 사람들이 이뤄내는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친근한 소재와 찬찬한 전개 덕에 책을 다 읽고 나면 진짜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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