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역사의 증인 TIME

  • Array
  • 입력 2011년 3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TIME
노베르토 앤젤레티, 알베르토 올리바 지음·정명진 옮김 428쪽·8만9000원·부글북스

타임의 표지에는 미국을 넘어 세계가 걸어온 발자취가 담겨 있다. 왼쪽부터 마틴 루서 킹(1964년 1월 3일자),닐 암스트롱(1969년 7월 25일자), 말런 브랜도(1973년 1월 22일자).
타임의 표지에는 미국을 넘어 세계가 걸어온 발자취가 담겨 있다. 왼쪽부터 마틴 루서 킹(1964년 1월 3일자),닐 암스트롱(1969년 7월 25일자), 말런 브랜도(1973년 1월 22일자).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암살 사건이 미국을 넘어 세계를 뒤흔들었다. 대중은 당연히 시사주간지 타임이 그 주의 표지로 케네디 대통령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타임은 케네디의 암살에 표지를 내주지 않았다. 창간 이래로 죽은 사람의 이미지를 표지에 올리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지켜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타임의 역사와 그 속에 남겨진 현대사의 기록을 담았다. 저널리스트인 노베르토 앤젤레티와 알베르토 올리바가 6년 동안 타임을 거쳐 간 기자와 사진작가, 에디터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2000년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한 600여 장의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이 시각적인 충족감과 흥미를 준다.

‘타임’을 창간한 헨리 루스와 브리턴 해든은 표지를 유난히 강조했다. 두 사람은 ‘표지는 잡지의 개성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923년 3월 3일 창간호의 조지프 캐넌 하원의장을 시작으로 매주 그 주의 뉴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뉴스의 주인공을 선정해 표지에 올렸다. 1927년부터는 표지에 빨강 테두리를 둘렀다. 빨강 테두리는 그 안에 담긴 정보는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고 그 밖의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그들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만큼 현재까지 총 4000여 장이나 되는 타임의 표지에는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베트남전쟁, 워터게이트 스캔들, 걸프전쟁, 달 착륙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 9·11테러 등이 모두 타임의 표지를 거쳐 갔다. 베트남전쟁은 타임의 ‘얼굴’을 59회나 장식했다.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 타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올해의 인물’은 사실 우연의 산물이었다. 1927년 5월 대서양 단독 비행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의 성공담을 부실하게 다룬 것을 만회하려고 임시변통으로 만든 것이었다. 더욱이 루스는 ‘올해의 인물’에 반대했다. 해마다 린드버그에 맞먹는 영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올해의 인물’ 선정이 독자들에게 단순히 훌륭한 행위에 대한 상이 아니라 영향력에 대한 인정으로 비쳐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책은 가로 23.5cm, 세로 31cm 크기. 가방 안에 넣고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보기에는 적합지 않다. 하지만 그 크기와 무거움은 타임이 지닌 전통과 영향력을 대변하는 듯하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