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 4억 명품녀 그후 10년 “이제는 아메리칸 드림”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1일 12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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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0년 만이다. 2010년 9월 엠넷 리얼리티 프로그램 ‘텐트 인 더 시티’에 출연, ‘4억 명품녀’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김경아(32)씨는 “지금 4억원어치의 명품을 걸치고 있다”, “직업 없이 부모가 준 용돈 만으로 수억원대의 명품을 산다”는 등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김씨는 대본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엠넷은 ‘사전 질문지’일뿐이라고 발뺌했다. 방송조작 의혹까지 일면서 ‘텐트 인 더 시티’는 방송 1회 만에 폐지됐다. “대본을 공개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하니 절망스러웠다”면서 “그때 한 발언이 다 기억난다. 100%는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이 대본이었다. 억울하니까 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다. 형사가 아니라 민사 소송이라서 내가 미국에 간 뒤 흐지부지 됐다”며 씁쓸해했다.

특히 ‘내가 패리스 힐튼보다 낫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 힐튼이 비디오 유출 사건도 있었고, 사고 친 뒤 감옥에 갔다. 적어도 나는 그런 짓은 안 하니까 낫다고 한 것”이라며 “2007년부터 싸이월드에 힐튼을 좋아한다고 썼는데, 앞뒤 잘라먹고 전달하는 게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방송 출연 후 소송만 6건에 휘말렸다. 네티즌들은 김씨의 불법증여, 탈세 의혹 등을 제기하며 국세청에 조사를 촉구했다. “강남세무서에서 6개월 동안 조사했고 십몇년치 증여세를 냈다”며 “탈세는 무혐의 처분이 났다”고 전했다.

인터넷에는 김씨의 신상정보가 떠돌았고, 가족·친구 할 것 없이 피해를 입었다. 주민등록번호, 주소까지 공개돼 이사를 갈 수 밖에 없었다. ‘(김씨 집 앞에서) 뻗치기하면 로또 맞는 것보다 낫겠네’ 등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범죄성 발언을 들었고, 대인기피증도 생겼다.

“몇 년 동안 CJ, 제일제당 계열 음식은 먹지도 않았다. 너무 치가 떨리고 힘들어서 엠넷, tvN 등 CJ 계열 케이블 방송은 안 봤다. 인터넷에 CJ 계열 회사는 어떤 게 있는지 검색해보고 하나하나 걸렀다. 몇 년 뒤 CJ가 안 좋은 일에 휘말리지 않았느냐. 개인적으로 ‘벌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이 너무 보고 싶더라. 주위에서 다들 ‘응답하라’ 이야기를 하는데, 나만 도태되는 것 같았다. 한 번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제일제당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하하.”

김씨는 돌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였다. 방송 후 5개월여 만인 2011년 1월께다. 도피성에 가까웠다면서도 “이제 많이 안정됐다”며 미소 지었다.

“그때 욕을 너무 많이 먹었다. 대본을 공개해도 가짜라며 내가 썼다고 하니까. 모든 사람들이 나를 욕하는 것 같아서 공황장애가 심하게 왔다. 아직도 간헐적으로 약을 먹는다. 한국에 있는 자체가 힘들어서 미국으로 도망갔다. LA가 좁으니까 다 알더라. 교민들도 똑같이 인터넷하고, 한국 관련 이슈는 더 관심 있게 보니까. 한인 타운에도 잘 못 갔고, 가족들과 떨어져서 더 외로웠다.”

잃은 게 있으면, 얻는 게 있는 법이다. 당시에는 너무도 힘들어 도망가고 싶었지만, 돌이켜보면 “미국에 가서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는 긍정적인 자세다. 김씨는 스물세살 전까지 스스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부모의 용돈으로만 생활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으니 오기가 생겼다”며 ‘반대로 성공해서 내 돈 벌어 쓰면 누가 뭐라 할까?’라고 생각했다.

미국에 가자마자 닥치는대로 일했고, 영주권도 취득했다. 학생 신분으로 디자인을 공부 하며 의류·액세서리 관련 개인사업을 했다. 현재는 유기농 비료 회사 랜델팜(Landelfarm) CEO다. 남편과 함께 랜델바이오, ADC에너지도 운영 중이다.

“미국에 체류하려면 목적이 있어야 하니 억지로 학교에 간 면이 없지 않다”며 “주얼리 사업을 하다가 우연히 대체 에너지 사업을 하게 됐다. 초창기라서 이제 투자 받고 유치하는 중”이라고 한다. “유기농 비료라서 먹어도 된다”며 “보통 농약 같은 경우 방독면을 쓰고 작업하지 않으냐. 맛이 없지만 화학재료가 안 들어가서 마셔도 될 정도다. 먹으면 오줌맛이 난다. 아직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인도 등 큰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랜델이 출시한 건강기능식품 ‘레스큐 H2’ 한국판 모델로 야구스타 이승엽(43)이 활동 중이다. “수소는 황산화계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운동선수들은 힘을 많이 쓰는 직업 아니냐. 우리나라 최고의 야구선수인 이승엽씨를 모델로 기용했다”며 “미국에서 판매하는 것과 성분은 같은데, 한국에는 독점권을 줘서 다른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씨에게 ‘4억 명품녀’라는 수식어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명품을 풀장착하고, 화려한 액세서리에 진한 메이크업을 한 채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의외였다. 예전에는 ‘나 꾸몄어!’라고 티나게 스타일링했다면, “요즘은 안 꾸민 듯 보이는 게 중요하다. 분명히 드레스를 입었는데, 언밸런스한 느낌이 나게 하는 것”이라며 “‘4억 명품녀’ 수식어는 너무 싫다. 이제 내가 벌어서 쓰는 거니까 ‘자수성가했네’라고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스스로에게 명품은 어떤 의미일까. “재테크 수단”이라는 답변이 왔다. 남들 다 하는 부동산으로만 재테크를 하는 게 아니라 “레어한 명품을 사면 프리미엄이 붙는다. 즐길 수도 있고 되팔 수도 있다. 사치품이 아니라 이윤이 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아끼는 명품은 없다”면서 “내 몸을 가장 아낀다. 주위에 아픈 분들이 너무 많았다. 돈이 많아도 본인이 건강하지 않으면 끝 아니냐.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신문사 편집국장 출신인 아버지는 김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텐트 인 더 시티’ 출연 후 많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때 누구보다 슬퍼했다. 아버지는 3년간 암 투병 끝에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작년에는 일을 거의 못했다. 10개월간 한국에 머물렀다”며 안타까워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 속을 많이 썩였다. 보증이 뭔지도 모르고 사인 하나 했는데 연대보증이더라. 내 앞으로 가압류가 들어오고 20대에 안 겪어도 되는 많은 일들을 겪었다. 방송 출연했을 때도 아버지가 많이 안타까워했다. 너무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전 국민이 자기 딸을 욕하는데 얼마나 속상했겠느냐. 신문 사회면, 9시 뉴스까지 TV만 틀면 나오고, 음식점에 가도 뒤에서 나를 욕하고 있더라. 시간과 부모는 안 기다려 준다고 하지 않느냐. 아버지의 죽음을 계속 부정했고, 일부러 일에 매달리고 있다.”
요즘은 연예인과 비연예인의 경계가 많이 사라졌다. SNS의 발달로 BJ, 유튜버, 인스타스타 등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인플루언서’들의 TV 노출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김씨는 충분한 검증 없이 방송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잘 되면 내 책임, 못 되면 네 책임’이라는 이유에서다. 관련법도 없어서 출연자들이 피해 받기 쉽다.

김씨는 “당시 국회위원들이 국감에 나오라고 수도 없이 전화 왔다. 내가 이용거리인 것”이라며 “안 그래도 힘들어서 죽겠는데, 어느 국회의원 보좌관은 전화를 걸어 와 ‘엠넷 죽이겠다’며 국감에 나와달라고 했다. 특히 A의원은 보좌관과 함께 집으로 찾아오기까지 했다. 엄마와 함께 집 앞 카페에서 만났는데 ‘억울하지 않느냐. 국감 나와달라’고 하더라. 자기들 속 차리려고 일반인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의원은 지금도 매사 그런 식이다. 안타깝다”고 했다.

김씨는 비연예인 스타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분명 자신처럼 또 피해를 입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며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방송 출연에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10년 만에 얘기를 하고나니 조금 시원하다. 어려서 말 실수한 건 인정하지만, 그렇게까지 죄를 지은 게 아닌데 ‘왜 숨어야 할까?’ 항상 생각했다. 내가 도망가서 흐지부지돼 상황 정리를 하고 싶었다. 다시는 TV 출연 생각 없느냐고? 명품녀 소리는 듣기 싫지만, 내 일로 성공해서 떳떳하게 나타나고 싶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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