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칸 황금종려상 수상, 한국 영화 100년의 축포를 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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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고 영화제로 꼽히는 칸에서 대상을 거머쥔 것은 처음이다. 한국 영화가 2000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후 19년 만의 경사다. 봉 감독 개인의 영예인 동시에, 한국 영화의 무한한 잠재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점에서 의미가 깊다.

봉 감독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에 예술성 대중성을 절묘하게 버무린 작품세계로 주목받았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한 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옥자’ 등 범죄물부터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장르를 그만의 고유한 영상언어로 재해석함으로써 봉 감독 자신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는 평가와 함께 이제 거장 반열에 오르게 됐다. 수상작 ‘기생충’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지구촌 화두인 빈부격차, 계급문제에 대한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현대 한국 사회의 이슈를 다룬 영화를 통해서도 문화와 국경을 초월해 폭넓은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일깨워준 사례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은 국격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8 한류백서’에 따르면 케이팝의 북미지역 수출이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유럽 동남아 남미 등에서도 고른 성장세다. 화장품 전자제품 등 수출의 최소한 20%가량은 한류 등 문화 브랜드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의 성장 궤적을 압축적으로 상징하는 기념비적 장면이다. 봉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올해가 한국 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칸 영화제가 한국 영화에 선물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그대로다. 그러나 수상의 기쁨에 안주하기는 이르다. 영화산업이 한층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양성 확보, 스크린 독과점 해소 같은 과제도 되새겨야 할 때다. 방탄소년단의 눈부신 활약에 이어 칸 영화제 수상을 통해 한류의 위상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칸 황금종려상 수상#봉준호 감독#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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