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가식없는 솔직한 사람, 그게 우리일 순 없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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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소노 아야코 지음·오경순 옮김/176쪽·1만1800원·책읽는 고양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받아들이려면 마음속에 그만한 빈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핵가족과 인터넷 속에서 자란 청년 세대의 속은 오로지 나만으로 가득하다. 그중 어떤 걸 비워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타인을 받아들여야 하니 혼란스럽고, 자아가 침해된 기분을 받는다. 이런 마음을 겨냥한 책이 최근 인기다. 이 책 역시 제목에서부터 혼란한 세대의 자존감을 높여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책을 펴는 순간 마주하는 건 한 중년 일본 여성의 지독한 냉소다.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한 건 훨씬 오래전부터다. 좋은 사람 노릇을 하다 보면 쉬 피곤해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나쁜 사람이란 딱지가 붙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한 번이라도 나쁜 행동을 하면 사람들은 쉽게 실망하지만, 나쁜 사람은 어쩌다 좋은 일을 하면 갑자기 달리 봐 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인간관계에 관한 짤막한 단상을 늘어놓는 책이 들려주는 건 우리가 ‘사회생활’을 빌미로 으레 하게 되는 인사치레, 호응 따위의 위선을 걷어버리자는 이야기다.

거침없는 그녀의 말들을 읽어내려 가면서 은근한 통쾌함을 느낀다. 그러나 최후에 맞닥뜨리는 건 사회의 위선에 대한 비판이나 불평이 아니다. 그것은 가식 없이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은 한 인간의 솔직한 고백들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소노 아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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